회복 대구 부동산 '찬물'…넘치는 물량 '호황 착시'
#.지난달 22일 오전 1시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주변 도로에는 때아닌 인파들이 모였다. 자정쯤 아파트 청약 당첨자가 발표되자 '떴다방'들이 몰려든 것. 수원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한다는 40대 남성은 "요즘 대구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어서 사무실 직원 5명이 모두 내려왔다"고 했다.
#. "이러다가 부동산 빙하기가 다시 올까 무섭습니다." 지역 건설업체 한 간부는 대구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걱정이다. 대구 부동산 시장이 호전되면서 떴다방이 대거 대구로 상륙, 분양가 조작 등 시장을 교란하고 있는 데다 대기업들도 잇따라 분양계획을 잡으면서 분양가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 부동산 경기가 좋다 하면 외지 업체들이 모조리 땅을 매입해 분양가를 올려 주택을 짓는다"면서 "결국 지역 건설업체와 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아쉬워했다.
지역 부동산 매매가가 전국 최고 상승률을 보이고 최근 분양한 아파트 단지들이 연이어 계약률 100%를 달성하는 등 시장이 과열되면서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구 부동산 체질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2008년 부동산 거래절벽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2000년 초'중반 대구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한꺼번에 2만5천 가구가 분양됐고 결국 4년간 부동산 빙하기를 맞았다. 아파트를 지었다 하면 돈을 벌고 또 샀다 하면 프리미엄이 붙는 등 활황기를 보내다 갑자기 공급과잉으로 흘렀다. 이후 부동산 거품이 꺼지자 웃돈을 주고 산 실수요자들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특히나 올해 대구 아파트 입주물량은 8천600여 가구로 지난해보다 4천여 가구 증가했다. 표면상으로는 두 배에 지나지 않지만 올해는 멸실 물량이 거의 없는 가운데 이뤄지는 공급이어서 예년 1만6천 가구 이상의 물량과 맞먹는다. 대구 아파트 수요는 한해 멸실을 감안할 때 1만여 가구 공급이 적정선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 분양시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1만7천 가구 전후로 분양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분양시장의 상황이 좋다면 대기 중인 물량들이 더 늘어나면서 최대 2만 가구까지도 분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공급 증가는 시장 침체를 부르는 뇌관으로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앞서 2002년~2007년까지 연평균 2만 가구 이상 분양되면서 공급이 넘쳤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의 경우 입주물량만 3만2천900여 가구에 달했다. 이후 대구는 건설사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극심한 부동산 침체기가 찾아왔다.
떴다방들이 대구 분양 단지를 누비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떴다방은 일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는 촉매로 작용하지만 현재 대구는 지나칠 정도로 떴다방이 활개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대구 분양시장이 떴다방들의 최고 먹잇감이 되고 있다. 어떤 단지는 물량의 반 정도를 떴다방이 조종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대구 부동산 경기 과열은 결국 지역 경제를 파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1군업체들의 분양 경쟁으로 '분양가 상승→공급과잉→미분양 속출→지역경제 파탄'의 악순환으로 치닫는다. 실제로 대구테크노폴리스의 경우 지역 중견건설업체가 성공 분양하는 등 분양 성적이 좋자 외지 업체들이 4천여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땅을 사들였다.
한 건설사 임원은 "지역 건설 업체들이 꺼져가는 분양 불씨를 적정한 분양가와 틈새시장으로 겨우 지펴놨다"며 "외지 업체들이 앞다퉈 호전된 지역 부동산 시장에 진출해 시장을 흐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구시가 의지를 가지고 대책마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원칙에 반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시가 인허가 때 지역 건설업체 참여, 지역 분양대행사와 광고대행사 선정 등 지역 시장 상황을 최대한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대표는 "수도권 1군 건설사들은 대부분 서울의 분양사나 광고대행사를 선정해 지역 시장을 공략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럴 경우 지역 인쇄 시장은 물론 하도급 업체를 선정할 때도 지역은 불이익을 받는다. 최소한 지역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대구시에서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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