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탈북자

입력 2013-06-04 11:13:43

"재외공관이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을 대접하는 것에만 치중하고 재외국민이나 동포의 애로 사항을 도와주는 일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면 재외공관의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재외공관장과의 첫 만남에서 강조했던 말이다. 재외공관이 한국에서 온 유력 인사에게만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재외공관장과의 첫 만남에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달라는 주문을 했을까. 재외공관의 본연의 임무는 자국민 보호이다.

대통령의 이 말을 새삼 떠올린 것은 첫 만남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탈북 청소년 강제 북송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천신만고 끝에 탈출에 성공했던 9명의 북한 청소년들이 지난달 27일 다시 북한으로 끌려갔다. 이 과정에서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이 과연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

현행 대한민국 법에 따르면 탈북자도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헌법 제2조 1항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고 했다. 하위 법인 국적법은 국적이 없는 경우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자를 국적 취득 요건 중 하나로 제시했다. 이어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못 박고 있다. 그러니 탈북자는 무국적자가 아닌 대한민국 국적자가 된다. 탈북자들은 새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등록 신고만 하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아쉽게도 이번 탈북 청소년들은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얻지 못했다. 수차례 도와달라는 요청에 기다리란 말만 들었다는 것이 논란의 요체다. 북한 인권 관계자들의 도움 요청을 대사관이 철저히 무시했다는 주장과 할 일을 다 했는데 북송을 막을 수 없었다는 대사관 측의 반박 재반박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탈북자 강제 북송 사건이 책임 회피성 진실게임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분명한 사실은 대한민국에서 활짝 웃고 있어야 할 탈북 청소년들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북한으로 되돌아가 있다는 사실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밝힌'본질적으로 북한에 의한 우리 국민 납치 사건'이라는 인식을 대사관이 가졌어야 했다. 어쨌건 자국민 보호를 우선해야 할 우리 대사관이 이를 못 막은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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