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김박 '미국 여성 사진'전
"20대에 이민을 가서 살면서, 미국인의 일상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어요. 그 가운데 특히 여성들에 대한 이미지와 현실의 간극이 크다고 느꼈어요."
대중매체가 제시하는 '여성'의 이미지와 현실 여성의 삶은 그 차이가 크다. 우리나라가 첫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고 전문직에서 여성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여성들은 그것을 실감하지 못한다.
이는 한국 여성뿐 아니라 미국 여성도 마찬가지다. 미국 여성이라 하면 금발의 아름다운 전문직 여성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역시도 현실과 괴리감이 크다. 20대에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간 민김박에게는 이것이 흥미로웠다. 그의 눈에 비친 미국 여성들은 비대한 몸집에 과도한 일로 혹사당하고, 두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으며 보육 지원이나 의료 보험도 없이 아픈 아이를 돌보며 대출을 갚고 있었다. 작가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 '그렇다면 미국 여성들이 느끼는 자신의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강대국이어서인지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을 잘 하지 않아요. 그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며 그 이미지를 사진으로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그는 거리에서 여성의 일상적 이미지를 찾는 대신, 스튜디오의 인공조명 아래 매우 과장된 포즈를 취하는 모델을 촬영한다. 이 때 모델들은 신문 광고를 통해 지원자를 모집했고, 이들에게 '전형적인 포즈와 가장 거리가 먼 포즈를 취해보라'고 주문했다.
그의 사진은 낯설다. 우선 사진의 화면이 반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쪽은 스튜디오에서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이고, 나머지 반은 원래의 사진에 대해 작가가 성찰하는 거울 이미지이다.
일상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원색적인 배경, 그리고 전형성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모델의 과장된 포즈가 보인다. 여성이라는 존재를 한없이 낯설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사진이라는 매체 자체에 대해 던지는 질문과도 같습니다."
민김박의 '미국 여성 사진'(American Women Photography)전이 23일까지 시오갤러리에서 열린다. 053)246-4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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