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행복편지] 인간은 소우주

입력 2013-06-04 07:38:35

백옥경 구미과학관장님이 본란에 쓴 마지막 칼럼 '끝과 시작'(2013년 5월 7일 자)에 깊이 공감을 합니다. 그 글에도 언급돼 있던 우주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고자 합니다.

우주를 알아가면서 그만큼 인간도 위대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우주와 인간 사이의 유사성을 살펴볼까요? 알려진 우주의 나이는 137억 년 정도라고 합니다. 우주의 별(태양과 같은 항성) 수를 1년 단위로 나누면 나오는 값이 있습니다. 인간의 세포 수는 60조 개 정도인데, 세포 수를 인간 평균 수명으로 나누면 1년 단위의 세포 수가 나옵니다. 두 수치가 거의 같습니다. 우연치고는 이상하지 않은지요? 또한, 우주에 대규모 구조라는 게 있는데, 인간 뇌의 신경세포 구조를 그려 놓으면 그 모습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하는군요. 그래서 인간을 일컬어 소우주라고 했던가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우리 개개인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말씀드리고자 해서입니다. 인간이 태어나는 과정을 한번 생각해 보지요.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어마어마한 세포분열을 일으킵니다. 2배체, 4배체 분열한 것이 60조 개까지 늘어나 한 명의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것이 경이롭습니다. 그 과정을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적처럼 귀한 존재라고 느껴집니다.

'시작과 끝'이라는 것과 '끝과 시작'이란 말에 제가 동감한 이유가 있습니다. 흔히,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들 합니다. 태어나서 죽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이라는 종(種)의 차원에서 보면 한 개개인이 죽음으로써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사람이 에덴동산에서 천국 같은 생활만 했다면 과연 그 세상이 살 만했을까요? 천국의 세월이 끝나고 신의 세상에서 멀어지면서, 다시 말해 천국이 끝나면서 인간의 삶은 시작이 되었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요?

행복하다 하더라도 그 행복이 끝없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다른 행복을 찾겠지요. 이 맛에 사람이 살아가는 게 아닐는지요. 고난과 고통에서 헤어 나오려고 하는 것 또한 사람 사는 묘미가 아닐까요? 행복이든, 고난이든 굴곡이 없다면 사는 맛이 없을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천국의 끝'이 '인간 생활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리학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우가 있습니다. 멀쩡한 허공 또는 진공 상태에도 양자진동이라는 요상한 요동이라는 게 있어서 우주의 씨앗이 됩니다. 고요하기만(우리 인간으로 보면 그저 지극히 평온한) 한 상태가 끝나고 우주가 탄생하니, 이 역시 '끝이 나고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요.

장황하게 우주론을 꺼내 든 것은 우리 모두가 살아가면서 기본을 잊어버린 채 그저 쉽게만 생각하려는 타성이 있는 것 같아 조금은 가벼운 환기(?)를 하면서 글을 연재해보고픈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뭔가 새롭고 다른 것을 찾으려면 인식을 바꿔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른 각도에서 보고 바른 인식을 하게 되면 좀 더 나은 삶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별 보기 어렵습니다. 맑은 그믐날 빛이 없는 곳을 다녀보셨는지요? 그냥 쳐다봐도 황홀합니다. 그런 밤하늘을 누워서 쳐다보면 처음에는 겁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별이 우리 몸으로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것도 잠시일 뿐, 밤하늘의 황홀함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리도 좋은 풍경을 못 보고 사는 사람들이 왜 많을까요? 그런 사람이야말로 게으르다고 저는 감히 말합니다. 큰돈 드는 일도 아닌데 말이지요.

우주에 대한 관심은 태곳적부터 시작됐고 우주 천문학은 우리 인류가 존재하는 한 언제나 최첨단을 달리는 과학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주는 얼마나 광대하고 심오한가요. 흔히 우리는 '천문학적 숫자'라는 용어를 씁니다. 작게는 극소의 형태에서부터 무한하고 장대한 형태까지 수학으로 표현할라치면 일상의 숫자로는 불가능하니 천문학적 숫자라고 하는 용어가 등장한 것입니다.

인간은 그중에 지극히 제한된 범위만 경험하거나 느낄 뿐입니다. 천문학이 뭐가 대수인가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도대체 사람이 뭐란 말인가?'라는 의문이 들거나 삶의 의미를 파고드는 순간이 될 때마다 우주가 개입되는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인간 개개인이 소우주이기에 자연스럽게 우주와 연결이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일지 모릅니다.

우주론이라는 장광설을 꺼낸 것은 우리가 잘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모든 인간이 살 만하다는 사실 말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즐겁고 맛있는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송인섭 대구테크노파크원장 insopsong@tt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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