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결전/우영수 지음/역사의 아침 펴냄
우리 역사에서 북방 진출 좌절의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고려시대 묘청의 난. 우리 역사의 오랜 논란을 소재로 해서 재구성한 소설이다. 고려의 서경 천도를 둘러싼 개경파와 서경파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고려사의 '묘청의 난'은 풍수지리설에 능통한 묘청이 백성들을 선동해 수도인 개경을 버리고 서경으로 천도하려 했다고 기록할 만큼 부정적인 시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후대로 넘어오면서 이 사건을 두고 사대파에 대항한 자주파의 저항, 복종과 굴욕에서 벗어나 민족정기를 세우고 옛 조선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항거 등 새로운 시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두됐고 점점 더 세를 얻고 있다. 특히 민족주의 사학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 역사상 1천년래 제일대사건"이라 하며 이 사건의 승자가 바뀌었다면 조선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통탄하기도 했다.
만일 고려사의 기록이 진실이 아닌 왜곡이라면? 저자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해 '묘청의 난'을 둘러싼 고려사의 이면을 들춰내고 재구성한 팩션 형식의 소설을 만들었다.
이 소설은 고려 중기 15세 어린 나이에 왕이 된 인종을 둘러싼 문벌귀족과 신흥세력의 맞대결을 중심으로, '이자겸의 난'에서 시작된 두 파의 갈등이 '묘청의 난'에 이르러 어떻게 무력으로 충돌하게 되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전개한다. 기존의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사대주의와 유학사상을 고려에 고착시키려 했던 김부식, 학식과 글을 갖춘 재능 있는 신진 세력으로 고조선을 닮은 자주국으로의 이상을 꿈꾼 정지상과 묘청, 그리고 자신이 처한 현실과 갈등하며 서경 천도를 추진하려다 마음을 돌린 인종 등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의 활약과 갈등을 그려나간다.
역사는 결국 승자의 손을 들어준다. 그러므로 사료에 남겨진 흔적은 승자에게 유리한 것들로 구성돼 있기 마련이다. 그 이면을 재해석할 수 있는 여지는 후대 사람들의 몫이다.
소설 속에서 김부식은 이자겸의 난을 제압하면서 불타버린 개경을 되살리기 위해 기존의 유학사상을 더욱 확고히 할 것을 인종에게 제안하는 반면, 정지상은 고구려 정통성을 계승해 자주적 민족사상을 새로 도입할 것을 권한다. 이후 그들의 사상적 차이는 각각 반대의 명분을 만들어내면서 이야기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던 인종은 서경으로 수도를 옮겨 새로운 국치를 꿈꿨지만, 개경 중심으로 확고히 다져진 기존의 문벌귀족세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김부식 중심의 개경파와 정지상 중심의 서경파는 갈등이 깊어지고, 결국 "현실을 즉시하라"는 김부식의 말을 거부하지 못한 인종은 서경 천도를 무산시키면서 묘청의 반란에 원인을 제공한다.
한편 저자는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에 의문을 던진다.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의 역사를 중국에 편입된 역사로 축소시킨 삼국사기가 김부식의 사대주의 사상이 그대로 반영된 역사서라는 점은 이미 일반적인 평가이지만, 여기에 서경 천도를 반대하면서 서경인들을 학살하고 멸절시키려 했던 역사적 과오를 숨기기 위한 대책이었다는 새로운 해설을 덧붙인다.
464쪽. 1만2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송인-정지상의 대표작으로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이다. 우리나라 고대 서정시의 백미로 손꼽힌다.
- 送 人 -
雨歇長堤草色多 비 그친 긴 둑엔 풀빛이 짙어지고
(우헐장제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 그대 보내는 남포엔 슬픈 노래 들리네
(송군남포동비가)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 물은 언제나 마르리오
(대동강수하시진)
別淚年年添綠波 해마다 이별의 눈물이 푸른 물결에 보태지는데
(별루년년첨록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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