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5월 말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대구 내 대학교를 다니는 한 여학생이 택시를 탄 후 사라졌다가, 경주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죠. 사건의 경위도 섬뜩한 일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어떤 인식'이 재차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공공연한 대구의 별명, "고담 대구"라는 인식 말입니다.
실제 이 사건을 담았던 인터넷 기사에는 대부분 이 사건의 '충격성'보다도 사건이 일어난 지역, 즉 '대구'에 더 관심이 쏠린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사실 중 하나는, 대구 사람마저도 이젠 이러한 인식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넷 여론뿐만 아니라 주위에서도 '또 대구냐' '역시 대구다' 이런 반응들이었죠. 심지어 대구에 오래 살았던 지인들조차 자포자기한 심정을 드러내는 것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꽉 막힌 보수의 도시, 취업하기 힘든 도시, 온갖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도시라고 말입니다. 설사 이 모든 것이 일정 부분 사실이더라도 대구란 도시의 이미지가 여기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도 바로 부정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대구란 도시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하나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가려지기에는 '대구'란 도시의 역사와 이야기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대구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흔히 대구를 전형적인 보수의 도시라 하는데 그 자리에서 '대구'의 또 다른 모습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조선시대에 대구는 노론에 대항하는 '영남 남인'들의 중심지였다는 것과, 근현대에서도 대구는 지금의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조선의 모스크바'라고 불릴 정도로 좌익 세력이 득세했던 고장이었다는 이야기였죠. 미군정을 반대하는 대규모 항쟁이 일어난 유일한 도시, 4'19혁명의 전초가 되었던 2'28 학생운동이 시작된 곳도 바로 '대구'였습니다.
하지만 옛날 이야기를 한들, 지금의 대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하는 질문에는 참 난감해집니다. 실제로 많은 젊은 층들은 옛날의 이야기엔 큰 관심도 없을뿐더러, 지금 대구의 모습을 부정적, 혹은 무관심한 태도로 바라보는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인식이란 것은 참 무서워서, 그나마 생길 수 있는 긍정의 가능성도 없애버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일을 기획하는 사람이더라도, 그들은 대구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그것을 상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디를 하면서 만난,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을 했던 다양한 사람들은 결코 자신의 토대가 '대구'라 해서 불평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이 땅을 무대로, 이 땅을 더욱 재밌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애정을 가지고 임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것은 의외로 단순한 계기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자신 스스로가 이 지역에 심은 '새로운 기억'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대구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자면, 그들은 대구라서 불이익을 본다거나, 대구라서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등의 부정적인 인식은 적었습니다. 그 사람이 성공한 경로를 따져본다면, 구조적으로 당연한 소리이겠지만 대구에서 성공한 기억을 가진 이들은 그만큼 이 땅과 이 땅에 살고 있는 자신에게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대구의 모습을 재발견하는 것, 지금 대구의 인식을 변화하는 것은 바로 '작은 성공'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물질적인 성공뿐 아니라 주변 누군가에 인정받았던, 개인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 준 '성공'에서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 주변에서 일어나는 시도에 대해서 미적지근한 태도보다는 애정 어린 응원이, 더 나아가 실질적인 지원까지 이루어진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대구 안에서의 작은 성공의 기억들, 그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늘어나겠죠. "대구가 좋아요!
대구경북 대학생문화잡지 '모디' 편집장 smile5_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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