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모처럼 놀러 간 친정에서도 아이들의 토닥토닥 말다툼 소리가 들려왔다.
막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투정과 심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속상해하니 엄마가 "누굴 닮아 그렇겠노" 하시면서 예전 가족 앨범을 꺼내 오셨다.
내가 4, 5세 무렵 처음으로 가족 모두가 함께 간 동물원에서 찍은 흑백 사진을 꺼내 보이면서 "너는 요때부터도 그랬다" 하시는 것이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언니랑 색깔만 다르고 거의 똑같은 모양의 샌들을 신은 모습의 사진이었다. 예전에도 본 기억이 있는 사진이었는데 자세한 내막은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시골 5일장에서 사 오신 언니의 흰색 샌들을 보고 맞지도 않은 큰 신발을 내가 먼저 신어 보고선 벗지 않겠다며 막무가내로 떼를 썼다. 그 바람에 아버지가 그대로 다시 나가셔서 검정 샌들을 사 오셔서 내게 신어보자고 하니 그제야 품고 있던 신발을 내놓더라는 것이었다. 막내인 나도 사실 어려서부터 언니 것을 탐내고 욕심이 많았던 건 인정한다.
'왜? 누굴 닮았지?'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 기억 못 한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 말썽 피우는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탓만 했던 생각을 하니 엄마 앞에서 부끄럽고 머쓱해진다. 엄마는 "누구나 그런 시기를 다 겪고 그 또한 지나가니 애들 눈높이에 맞춰 너 어릴 적을 생각해보면 금세 해답이 나올 것이다" 하시며 웃으신다.
토닥거리던 아이들 덕에 꼬꼬마 시절 '추억의 샌들' 사건도 알게 되었다. 새삼 철없었던 어린 시절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이다영(대구 동구 효목 2동)
◆'우리 가족 이야기' 코너에 '나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스럽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결혼 과정과 결혼 후의 재미난 사연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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