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악한 싸움꾼 포스 철철?…이종 격투기 트레이너 출신이랍니다
"아직도 영화 '이웃사람'의 여파가 있는 것 같아요. (웃음) 남택수 감독님이 '이웃사람'에서 우락부락한 안혁모가 은퇴해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보이길 원했는데, 전 다르게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했죠. 주변에서 또 다른 깡패 같다고 해줘 좋아요. 하하."
무표정이었던 배우 마동석(42)은 한마디 말이 끝나고 나자 웃었다. 말을 할 때 몇 번 얼굴을 찌푸린 적은 있지만 대부분 환한 표정이다. 무표정하게 있을 땐 울룩불룩한 몸의 영향 때문인지 험악해 보이지만, 생긋 웃을 때는 귀엽고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마동석은 호스피스 병원을 배경으로, 시한부 환자들이 밴드라는 인생 마지막 꿈을 향한 도전을 그린 휴먼 드라마 영화 '뜨거운 안녕'에서 전직 조폭 출신 뇌종양 환자 무성 역을 맡았는데, 극 중 캐릭터 성격이 현실에서도 오버랩 됐다.
★뇌종양 환자 연기하려 10㎏ 감량
영화 '노리개'를 통해 기자 역할로 외도(?) 한 지 한 달이 채 안 지난 것 같은데 조직 폭력배의 모습으로 돌아온 마동석은 팔뚝의 문신도, 험악한 인상의 표정도 '어깨 아저씨' 모습 그대로다. 무척 잘 어울려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지만, 말할 때나 행동을 할 때 특유의 유머러스한 면이 관객들의 배꼽을 잡게 만든다.
물론 삶과 죽음을 다룬 '뜨거운 안녕'은 웃음과 감동 사이를 절묘하게 오간다. 유치하지도 않고, 그렇게 억지스럽지도 않다. 마동석은 극 중 '연예인 병'이 제대로 걸린 문제 아이돌 이홍기 등과 호흡을 제대로 맞췄다.
마동석은 "웃음을 주는 캐릭터이긴 한데 적정한 선을 넘어가면 안 됐기 때문에 조절을 잘해야 했다"며 "시한부 역할이니 감정선도 잘 지켜야 했다"고 회상했다. 오랫동안 해온 운동으로 몸집이 크고 좋은 그는 아픈 환자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10㎏을 감량해 야위어 보이게 했다. 그는 "죽음을 앞둔 환자를 연기하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고 기억했다.
전작들에서 조폭을 연기했을 때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절대 질리지 않는다. 그는 그 이유를 묻자 잘 모르겠다는 듯 생각에 빠지더니 "악당 역할을 해도 약간의 틈을 보이도록 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조금 밉긴 하지만 그렇게 나쁜 짓만 하는 게 아니라서?"라고 덧붙이며 웃는다.
사실 그는 영화 '반창꼬'의 소방대장, '퍼펙트게임'의 야구선수, 드라마 '히트'의 형사 등 다양한 작품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맡았다.
'조폭' 이미지가 워낙 강하지만, 다른 역할도 잘 소화했다. 그 때문인지 근래 들어 팬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그는 영화 제작사들에게 러브콜이 끊임없다. '감기' '더 파이브' '결혼 전야' 등 개봉을 기다리는 작품이 많다는 것으로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사랑받는 이유를 생각해 봤을까?
"배우가 전혀 안 될 것으로 보이는 애가 배우로 나서서 그런 것 아닐까요? 또 배우가 되기 위한 정규교육을 받은 친구가 아닌데, 많이 나오니까 응원해주는 게 아닌가 해요. 또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아서 일수도 있고요."(웃음)
마동석은 유명 이종 격투기 선수들의 트레이너 출신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마크 콜먼과 캐빈 랜들맨 등 유명 격투기 선수들과 함께했다. 하지만 어렸을 때 마음속에 품었던 연기, 영화에 대한 욕망이자 바람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늦은 나이에 다른 일을 하는 건 쉽지 않은데, 그는 2005년 영화 '천군'으로 데뷔에 성공했다. 마음을 제대로 잡고 '전쟁터'에 뛰어든 결과다.
"연기하겠다고 마음먹고 한국에 오면서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히 큰 어려움, 혹은 장애물이 있을 것이라고 각오하고 왔어요. 마냥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왔으면 정말 힘들었을 텐데 괜찮더라고요."
4년 전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 촬영을 하며 척추를 부상당하는 등뼈가 부러지고, '천군'에서 영하 10℃ 이하의 물속에 옷을 벗고 들어갔다가 병원 신세를 지는 등 많은 고생을 했어도 연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계속해서 제가 운동을 하는 것을 원했지만 몰래 영화 현장에 나왔다"는 그는 "과거에 1년에 50만원을 벌었다"고 했지만, 영화가 좋아 참아냈다. 이제는 경제적인 면은 문제없다는 듯 웃으며 만족해했다.
★운동 포기하고 부모님 몰래 영화판에
어렸을 때 드럼을 치고 만화를 그리기도 했는데 "끈기가 없어 일찍 포기했다"는 마동석. 영화와 운동은 자신의 적성과 맞아떨어지고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운동하는 사람이 뭔 연기냐?'고, '네가 배우가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한 사람도 많았죠. 연예계에서 일을 하던 친한 친구가 연기하기로 마음먹는 데 큰 용기를 줬어요.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았죠. 저는 '마동석이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말해주는 사람들을 항상 생각해요. 의리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믿어요."(웃음)
그를 좋게 본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우정 출연도 망설이지 않는다. 곧 개봉하는 영화 '배우는 배우다'와 '미스터고'에도 우정 출연한다. 앞서 '댄싱퀸' '네버엔딩 스토리' 등에도 잠시 등장했다.
마동석은 "예전보다 사람들이 알아보긴 하는데 스스로 스타나 연예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한 작품씩 해 나가는 게 사람들 눈에 띄니깐 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많은 관심을 받으니 연기를 할 때 더 믿음을 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기더라"고 했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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