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친한 언니의 결혼으로 인해 그 집 강아지 소원이를 우리 집에서 잠깐 맡게 되었다. 소원이는 나비 모양의 귀를 가진 매력 넘치는 미모와 함께 처음 본 사람도 반길 줄 아는 붙임성 있는 성격을 가진 강아지였기에 낯선 환경에서 별 탈 없이 적응하리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앨리샤도 우리 집에 오기 전까지 강아지들이랑 같이 지냈었고 마침 나이도 비슷했기에 서로 재밌게 잘 지낼 것이라고 판단했다. 단지 소심함과 끝없는 경계심으로 가득 찬 체셔가 걱정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체셔가 우리 집 터줏대감인 만큼 서로 싸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여태껏 지나다니는 강아지들을 눈으로 보면서 좋아하긴 했어도 함께 살아본 적은 없었기에 소원이가 오기를 기다리며 내 기분은 살짝 들떴다.
소원이가 오던 날, 언니와 헤어져 있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달리 소원이는 내가 목줄을 건네받자마자 앞서서 먼저 당차게 뛰어가는 어이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대문을 열자마자 자기 집인 마냥 뛰어 들어가서는 온 집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곤히 낮잠을 자던 두 마리의 고양이는 순식간에 혼비백산이 되었다. 체셔는 바로 소파 위로 뛰어올라가 경계의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앨리샤는 동그란 눈을 더욱 크고 동그랗게 뜨며 뛰어다니는 소원이를 주시했다. 새로운 친구들에게 인사하려고 다가가던 소원이는 화난 체셔의 목소리에 움칫 하며 더 이상 접근하지 않았고, 아쉽게도 돌아가는 날까지 체셔와는 가까워지지 못했다. 앨리샤와는 몇 번 장난을 치는데 그쳤다.
밥도 잘 먹고 집안을 잘 돌아다니는 소원이의 모습을 보고 난 후 내 일에 다시 집중하려 했을 때, 평소와 다름을 느꼈다. 내가 무엇을 하던 신경 쓰지 않고 쿨쿨 자는 우리 집 녀석들과 달리 소원이는 나의 행동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의자 아래에 자리를 잡았고, 소파에 앉으면 내 무릎에 찰싹 달라붙어 앉은 채로 내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바로 일어나 꼬리를 흔들며 나와 눈을 마주치려 했다. 줄곧 고양이만 보아왔던 내게 이런 소원이의 행동들이 다소 과하게 느껴졌다. 계속 활발하게 움직이며 놀아달라고 보채는 것도 조금은 피곤했고 심지어 장난감 공을 던져주자마자 순식간에 갈기갈기 해체해 버리는 모습을 봤을 땐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자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내 팔에 달라붙어 잠을 청하는 소원이에게서 고양이가 선사하는 포근함과는 다른 낯설지만 따뜻한 포근함을 느꼈고, 오후가 되어 함께 산책을 나갔을 때는 또 다른 기쁨을 선물 받았다. 홀로 지나갈 땐 길고 쓸쓸하던 길이 소원이와 산책을 하니 같은 곳을 몇 바퀴를 돌아도 지겹다거나 쓸쓸하지 않았다. 소원이와 함께 덩달아 나도 운동이 되니 기분이 상쾌해졌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예쁘다는 감탄사에 괜스레 내가 칭찬을 들어 으쓱해지는 기분까지 느꼈다.
짧은 일주일의 시간 동안 소원이는 내게 반려견에 대한 인식을 바꿔 주었다. 가까이서 지켜본 결과 내가 생각했듯 개는 고양이에 비하면 많이 활발하고 손이 많이 가는 동물임이 틀림 없었다. 하지만 이런 큰 동작들과 행동들을 하게끔 타고난 성격 덕에 조용하게 근처에 머무는 고양이의 은근한 매력과 달리 적극적으로 옆에 다가와 자신의 매력을 드러냈다. 붙임성 있는 소원이라 특히나 더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개는 짧은 시간에도 순식간에 정이 들 정도로 사람의 마음에 가깝게 다가오는 동물이었다. 게다가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사람에게 사랑을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주고 표현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동물이었다. 이런 반려견의 매력으로 인해 나 역시 언젠가는 반려묘뿐만 아니라 반려견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장희정(동물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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