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유방암과 예방 절제

입력 2013-05-30 14:45:21

'졸리의 선택' 글쎄요?…절제보단 조기검진이 바람직

최근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예방을 위해 양쪽 유방 절제술을 받은 사실을 공개해 '유전성 유방암'과 '예방적 수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앤젤리나 졸리는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투병하다 사망했으며, 자신도 유전성 유방암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달 14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내 의학전 선택'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BRCA1 유전자 때문에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50%였는데 이번 수술로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5%로 낮아졌다"고 했다.

유전성 유방암은 무엇이며, 예방수술은 과연 필요한 것일까?

◆유전성 유방암이란

국내에서도 유방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한해 1만4천여 명에게서 유방암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 가운데 평균 7%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졸리에게서 발견된 BRCA 유전자는 대표적인 유전성 유방암의 원인유전자다. BRCA1, 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을 경우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60~80%에 이른다. 이 유전자는 원래 유방암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여기에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그 기능이 뒤바뀌어 유방암뿐 아니라 난소암, 췌장암, 위장관암 등을 일으키며 세대를 통해 유전된다.

특히 가족은 유전자뿐 아니라 식습관 등 생활 방식이 비슷하다. 따라서 부모에게 유방암 발생 유전자를 이어받지 않은 경우에도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가족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15~20%에 이른다. 이 경우에도 가족 구성원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유전성 유방암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불충분하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더라도 유전학적 특성이 달라 유전성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미국 등 서구와 다르다는 것이다. 임재양 유방외과 전문의는 "미국에선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으면 유방암이 발생할 확률이 65~70% 정도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선 이와 관련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현재까지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 확률은 40% 정도로 추정된다"고 했다.

◆예방수술의 효과

유방암을 걱정하는 많은 여성들은 '졸리의 선택'(예방적 유방 절제술)에 공감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스타여서 파장도 엄청나다. 하지만 국내의 전문의들은 유전성 유방암은 그리 흔하지 않으며 암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면 거의 완치가 가능한 만큼 예방을 위한 절제술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해당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는 여성의 경우 유방 절제술을 받더라도 유방암을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임재양 전문의는 "유방을 떼낸다고 유방암을 100% 막을 수는 없다. 유방을 지탱하는 조직에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졸리의 선택은 권장할 것이 못 된다"고 했다.

유방암은 일반적인 완치의 기준인 암 진단 및 치료 뒤 5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이 91%에 이른다. 특히 1기의 경우는 98.4%이다. 따라서 해당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다 해도 모두에게 유방암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암이 생긴다고 해도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 된다.

◆조기 검진과 치료가 최선

어머니나 자매가 유방암에 걸렸다면 일단 가족성 혹은 유전성 유방암이 생길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인 유방암 검진 권고안은 30세부터 자가검진, 40세부터 유방 방사선 촬영(초음파검사를 함께 받는 것이 좋다)이다. 그러나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다면 이보다 훨씬 이른 나이부터 검진을 받아야 한다. 즉 18세부터 매월 유방 자가검진(생리가 끝난 직후가 효과적)을 해야 한다. 또 25세부터는 6개월 간격으로 전문의에 의한 유방 진찰, 1년 주기의 방사선 촬영 등 영상학적 검사가 권고된다.

유방암 예방에는 식이요법과 운동이 도움이 된다. 육식을 피하고 식이성 섬유, 녹황색 채소, 과일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과 현미나 잡곡밥을 먹는 것이 좋다. 운동은 한 주에 3회 이상, 한 번에 30분~1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는 모든 유방암 환자와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는 경우 유전상담을 통해 위험도를 평가한 후 위험도가 높을 경우 혈액을 채취해 DNA 염기서열을 해독하고 BRCA 유전자를 분석한다.

유전성 유전자 검사는 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일부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비용은 유방암의 경우 60만~8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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