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없으면 문책" 엄포에 경찰서마다 캠페인 행사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 출범과 함께 내건 '4대악(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부정'불량식품) 척결'에 경찰력이 집중되면서 홍보성 간담회와 캠페인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경찰 수뇌부가 가시적인 성과를 주문하며 지휘관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부터 불거진 현상이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지난달 "(박근혜)정부 출범 100일이 되는 6월 4일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도록 4대악 척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성과가 없는 지역에는 지휘관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다음 달 4일까지 남은 시간은 2주일. '지휘관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하자 각 경찰서는 앞다퉈 홍보에 나서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경찰이 홍보 효과를 위해 선택한 것은 간담회와 캠페인이었다. 그러나 간담회는 관변단체 등 알 만한 사람들끼리 모여 정해진 수순대로 진행하는 수준에 그쳤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참석자는 "경찰에서 준비한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쭉 보고는 끝났다.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창구가 아닌 것은 확실했다. 홍보에 힘을 모아달라는 내용이 전부였다"고 했다. 캠페인도 마찬가지다. 피켓을 들고나가서 선전전을 벌이거나 볼펜이나 유인물을 나눠주는 데 그친다.
이에 대해 "무언가를 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는 게 경찰 내부의 솔직한 목소리다. 이 때문에 웬만한 것은 '4대악 척결'과 연결하기도 한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22일 '모범청소년 포상 및 장학금 전달식'을 가지면서 4대 사회악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행사 순서에 집어넣었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또 관내 각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유인물을 붙였다. '4대 사회악 근절, 대구 북부경찰서가 앞장서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 아파트 관계자는 "경찰이 복사본을 들고 와 붙여달라고 해 붙여준 것"이라고 했다.
홍보대사 모셔오기도 아이디어로 등장했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최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실제로 홍보대사가 한 것은 없다. 학교 방문도 잦아졌다. 다만, 예전의 교통안전 예방 캠페인이란 이름 대신 학교폭력 방지 캠페인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대구시내 10개 경찰서 중 8개 경찰서는 3월부터 최근까지 4대악 척결 홍보용 UCC를 만들었다. 출연진은 의경과 일부 직원들이 출연하지만 사실상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목소리가 뒤따른다.
4대악 척결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경찰관은 "경찰 생활 수십 년이 됐지만 이만큼 홍보에 치중한 적은 없었던 듯하다"며 "성과주의인 것은 알지만, 지휘관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마당에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는 경찰청의 평가 항목 중 홍보 평가에서 뒤처지는 점수를 받아선 곤란하다는 계산이 깔렸다. 경찰청의 '4대악 근절 TF'가 작성한 평가계획에 따르면 경찰청은 각 지방청의 4대악 근절 활동을 ▷체감안전도(50%) ▷정량지표(30%) ▷내'외부 평가(20%)로 나눠 측정할 예정이다.
이 중 홍보 평가가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진 내'외부 평가(20%)는 주관적인 항목이다. 경찰청 차장 등 내부인사와 정책자문위원 등으로 구성된 내'외부 평가단의 평가와 홍보 성과를 측정해 평가한다. 이중 체감안전도는 최근 결과가 발표돼 6월 4일까지 남은 기간 경찰이 홍보에 더욱 치중할 수밖에 없다. 20%의 비중을 차지하는 내'외부 평가에서 '다른 경찰청(서)이 하는 만큼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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