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소통비타민] 빅데이터 분석·활용 센터 제대로 하려면

입력 2013-05-25 07:02:56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는 9월부터 빅데이터 분석'활용 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구상하는 빅데이터 센터의 목적은 공공과 민간에서 대용량의 자료를 분석하여 신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빅데이터에 접근하기 어려운 대학과 중소기업을 위해 기술을 지원하고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한다. 빅데이터의 잠재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생각하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빅데이터 센터의 청사진을 상세히 살펴보니, 기술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컴퓨팅 시설 없이 빅데이터를 수집, 처리하기 어려운 점을 생각하면 기술 시스템을 먼저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네델란드의 반다이크(van Dijk)는 정보화 진행 과정에서 디지털 격차가 발생하는 맥락을 4가지로 구분하였다. 첫째 인지도(awareness)이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단계에서는 정보 엘리트 계층만이 그 가치를 알고 혜택을 누린다. 그런데 정보 엘리트들은 전체 인구의 약 1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빅데이터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책 방향과 현실 사이의 인식 격차를 준비 상황 조사에 포함시킨다. 그렇지만 미래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 등 관련 기관 홈페이지에 가보면 빅데이터에 대한 인식 조사 자료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인지도에 이어서 두 번째 격차는 접근(access) 단계에서 발생한다. 빅데이터 개념을 통해 혁신적 연구 성과를 내고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접근이 용이해야 한다. 사실 빅데이터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영역은 정부이다. 왜냐하면 공공 기관은 업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종류의 데이터들을 수집, 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공공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미국의 경우 공공 데이터의 접근성을 개선하면 정부의 투명성이 높아져 국가 경제의 효율성도 동반 상승한다고 보아 백악관에서 정보 개방을 직접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공 정보 개방' 선포식을 통해 공공 데이터의 수요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아직 관련 기관의 인력과 예산은 많이 부족하다.

셋째 인지도와 접근성 문제가 충분히 해결된다고 할지라도 활용 방법(skill)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관련 지식을 폭넓게 교육해야 한다. 넬슨(A. J. Nelson)은 기술 교육 분야의 지식을 서술(describe)과 실행(enact)으로 구분한다. '서술 지식'이란 집필과 강연을 통한 데이터, 기법, 이론의 공유를 말한다. '실행 지식'이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시청각 매체 등을 활용하여 빅데이터 이용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시연하는 것을 말한다. 빅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으려면 서술 지식과 실행 지식을 교육할 수 있는 세밀한 실행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미래부가 주장하는 대학과 기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지역 단위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보급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빅데이터 격차는 균등한 기회(opportunity) 보장 여부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업무 과정에서 빅데이터 조사'분석의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빅데이터의 접근과 이용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사회'경제적 효과가 아무리 크다고 할지라도 업무 과정에서 이를 선택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새로 만들어질 센터는 빅데이터와 동떨어져 보이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분야에서도 정보의 홍수에서 숨겨진 시장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빅데이터 시대가 열악한 여건의 지방대학과 벤처기업에 또 다른 위협이 아닌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예컨대 다양한 계층에서 빅데이터 분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실행 커뮤니티(COP'Community of Practice)를 확산하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하다.

셔키(C. Shirky)의 화제작인 '많아지면 달라진다'(Cognitive Surplus)라는 책 제목이 시사하듯이, 빅데이터 분석'활용은 자료의 건초더미로부터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 되어야 한다. 빅데이터 분석'활용 센터가 그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

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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