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주(칠곡군 동명면 남원리)
그날은 친정 할머니 1주기 기일이어서 저녁에 큰 남동생 집에서 어머니와 우리 5남매의 가족들이 모여 할머니의 추모예배를 드리기로 되어 있었다. 사람이 어찌 한 치 앞을 볼 수 있을까마는 그날의 만남을 다소 들뜬 마음으로 준비하던 중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우리의 정신을 송두리째 공황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어머니댁에 마침 다니러 와 계셨던 큰이모의 전화 내용은 "네 엄마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할머니가 93세로 수를 다 하시고 돌아가시기까지 어머니는 할머니를 모시고 사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남동생은 합가하자고 하였으나 어머니는 혼자 조용히 살아보고 싶다고 하셨다. 남동생 내외는 2년 후에 합가하기로 하고 사시던 아파트를 리모델링하여 가구 일체를 바꾸어 드렸다.
여장부 같았던 할머니의 기에 밀려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던 어머니, 조용한 성품이셨지만 우리들이 무엇을 원하든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잔잔한 베이지와 보랏빛 꽃무늬 투피스를 즐겨 입으시던 어머니, 가끔 쇼핑에 동행해 드리면 미안해하시면서도 기쁜 기색을 숨기시지 않던 어머니셨다.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생각해 보면 나는 참 한심한 딸이었다.
그렇게 작별인사도 없이 홀연히 어머니가 가신 후 후회와 비통함에 젖어 있던 나는 어느 날 밤 꿈을 꾸었다. 끝도 없는 평원에 어머니와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선선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기분 좋은 날씨였다. 얼마나 걸어갔을까? 얕은 물 속의 조약돌이 말갛게 들여다보이는 물가에 신발을 벗어 발을 담그고 한참을 걸어가다가 문득 아이들이 집에 올 시간이 된 것이 생각났다. 어머니가 빨리 가보라고 재촉하셔서 신발을 찾다가 잠이 깼는데 꿈이 너무나 생생하였다. 어머니는 젊을 때의 고운 모습이셨고, 어머니와 함께 거닐던 그곳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5월이 가기 전에 나의 오늘이 있기까지 보살피고 사랑해 주신 이, 큰 가르침을 주신 이들에게 더는 미루지 말고 머리 숙여 사랑의 마음을 전해야겠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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