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무용단이 28, 29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리는 정기 공연작 '달구벌 블루스'에 김광석을 데리고 온다. 부제가 '김광석과 현대춤이 만나다'이다. '거리에서' '나의 노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등이 주제 음악이고, '사랑했지만'은 객석과 합창으로 마무리한다. 대구에서 제작한 김광석 노래극이 대학로에서 공연되고, 다른 두 작품이 공연 혹은 제작 중이다. 방천시장 안 '김광석 거리'에 대구가 만들고 채워야 할 콘텐츠가 차곡차곡 쌓이는 셈이다.
김광석은 지금의 350m 길이 방천 축대벽에 붙은 좁은 길에서 데리고 나와 좀 더 큰 그림으로 만들어도 충분한 콘텐츠다. 다시 말하면 김광석의 삶과 노래를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를 아련한 전설'로 만들자는 이야기다. '전설'까지는 다소 지나치다고 할 수 있지만, 김광석은 충분히 그럴만하다. 서구 록의 전설이 된 지미 헨드릭스나 짐 모리슨(도어즈), 팀 버클리, 닉 드레이크, 커트 코베인(너바나)처럼 말이다. 이들은 불합리함에 저항하거나, 우울한 세상을 표현하고, 내면세계를 쏟아내는 도구로 노래를 사용했다. 그것을 모두 불태우고는 20대에 요절했다. 32세에 마감한 김광석도 이들과 같은 강점이 있다. 자작곡을 직접 노래하고, 마음을 짠하게 하는 노랫말이 있다. 무엇보다 비극적인 죽음은 똑같을 정도로 닮았다.
큰 그림은 이렇게 그릴 수 있다. 현재 좁은 골목길 벽화에 묶인 김광석을 좀 더 바깥쪽으로 풀어야 한다. 40~50년 전 낡은 집과 전통시장이 얽혀 있는 방천시장 뒤쪽을 모두 열어 상시 공연 체제를 만들고, 나아가 문화예술 집단지구로 만드는 것이다. 가능성은 반반이지만 여건은 좋다.
김광석 거리는 2009~2011년 방천시장 문전성시 사업으로 기초를 닦았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이 사업으로 방천시장 안 곳곳에 전통시장과 함께 오밀조밀한 볼거리가 생겼다. 또 시장과 오래된 주택, 좁고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만 해도 괜찮은 편인데 이미 화가 등 20여 명의 개인 작업실이 있어 평시에 들러도 기본 재밋거리가 있다. 최근에는 카페와 식당 개업이 줄을 잇고, 김광석 거리 끝에는 상시 공연을 할 수 있는 소극장도 있다. 이 정도로도 하루 평균 200~300명이 이곳을 찾는다. 조금 더 큰 살을 붙여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만든다면 대구가 내세울 만한 문화 브랜드로 키울 수 있다.
당연히 어려운 점도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이 일대는 부재 지주가 80%인 정비계획지구라는 것이다. 2004년부터 시장정비사업추진위원회가 만들어져 주상 복합 아파트 단지 건설을 계획 중이다. 2010년,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대구시 시장정비사업심의위원회에서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 부족을 이유로 유보됐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고 땅값이 많이 올랐다. 저작권 문제도 만만찮다. 지금 서울에서 공연하는 작품들도 저작권 문제로 애를 먹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김광석이라는 좋은 콘텐츠를 두고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개발과 보존은 이해관계 때문에 늘 부딪힌다. 그러나 개발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진행형인 인천의 우각로 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이 잘 보여 준다. 이곳은 현재의 방천시장 상태와 거의 비슷했다. 10년 가까이 재개발 사업이 표류하면서 방치됐지만, 2011년 정부의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것이 전환의 계기가 됐다. 지주들은 개발 전까지라는 조건으로 예술가들에게 집을 무상 임대하기로 합의했고, 도서관과 극장,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섰다. 그 결과 문화 마을로 변신해 인천의 새 명소가 됐다. 장기적으로 보면 방천시장은 인천보다 몇 배 나은 조건에다 김광석이라는 강력한 문화 아이콘까지 있어 경쟁력이 훨씬 높다.
그리는 김에 더 넓히면 볼거리가 없어 스쳐가는 도시일 뿐인 대구를, 관광객이 찾아오게 해 머물며 즐기는 도시로 만들자는 것이다. 문화 관련 투어만 해도 근대골목과 김광석 거리 걷기, 서문시장과 동성로 쇼핑, 오페라하우스와 시민회관 전용 콘서트홀 혹은 방천시장 소극장에서의 공연, 구암서원의 한옥 체험이나 인근 비즈니스호텔과 연계해 숙박 할인과 같은 식으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장소도 아이콘도 콘텐츠도 풍부하다. 체계적으로 엮어 큰 그림으로 만들 수 있는 주체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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