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창조도시'대구를 꿈꾼다

입력 2013-05-22 07:19:57

저명한 지리경제학자인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에 따르면 '창조계급'은 "도시를 중심으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역동성을 창조하는 전문적, 과학적, 예술적 노동자 집단"으로 정의된다.

플로리다 교수는 이러한 창조계급이 모이는 '창조도시'가 되기 위한 요건으로 재능을 가진 인재(Talent), 기술(Technology), 관용도(Tolerance) 등 3T가 있어야 되며, 이 중 관용도가 제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관용도는 여러 문화적, 예술적 개방성과 생각과 가치관, 성적 취향 등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이처럼 개방성과 다양성을 갖춘 지역일수록 재능을 가진 이들에 대한 편견 없이 '문턱 낮은 도시'가 되고, 그들이 가진 실험적인 아이디어들을 꽃피울 수 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목표인 '창조경제' 사회도 인재와 기술에 더해 창의성이 핵심적인 요인으로 고려되는 사회다. 창의적 인재가 다양한 사고와 아이디어를 거리낌 없이 제안할 수 있고 그러한 바탕 위에서 핵심기술이 개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용의 문화는 결과적으로 2T를 더욱 강화해 줄 수 있는 토대다.

대구도 인재와 기술을 지역경쟁력의 핵심요인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해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한 결과, 상당히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관용의 문화는 여전히 취약하다. 특히 대구는 250만 명 이상이 사는데도 마치 1만 명이 사는 도시처럼 낮은 수준의 소집단과 조직들이 결집한 도시, 인구 유동성이 적은 도시, 무뚝뚝한 도시, 보수성이 강한 도시 등의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부정적 이미지는 현 정부가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간주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발전에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나 대기업 유치에 기대는 대구의 경제발전전략은 창조경제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차근차근 지속발전가능한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만들고 그렇게 조성된 양질의 사회환에서 사람과 기술에 투자해 다양성이 공존하는 문화 및 중소기업 생태계가 구축된다면 대구는 명실상부한 창조경제경 속에서 인적 자원과 자본, 기술, 문화환경 등이 결합할 때 비로소 창조경제도시로 변신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도시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구는 여러 면에서 유사점을 지닌 독일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대기업보다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중심의 국가다. 독일 경제는 정보통신(IT)과 겉보기에 화려한 첨단산업은 별로 없지만 기계화학 등 기초 산업의 경쟁력이 탄탄하다.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인 '히든 챔피언'이 많고, 이를 뒷받침할 인재를 길러내는 직업교육도 발달해 있다. 이런 점에서 기계금속업 기반의 중소기업이 중심이고 교육도시인 대구는 독일과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월드클래스 300 기업 선정에서 대구는 2011년 3개사에 이어 2012년 5개사, 올해 4개사가 추가돼 모두 12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서울이나 수도권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1~3개 기업이 선정된 것에 비해 대구에서 4개 기업이 선정된 것은 대구 중소기업이 강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대구와 독일 도시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중소기업을 존중하는 사회문화이다. 독일 중소기업의 성공은 뼈를 깎는 자기 혁신과 정부 지원 못지않게 중소기업을 존중하는 사회문화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렸기에 가능했다. 따라서 "중소기업 하기 좋은 '창조도시 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독일과 같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존중하는 사회문화, 중소기업이 지역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인식이 지역에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즉 중소기업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나아가 창의적인 젊은 인재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탄생시키고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관용의 문화를 뿌리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풍토가 조성되면 지역의 우수한 인재가 중소기업 기피가 아니라 중소기업에 몰려들 것이다. 물론 중소기업에서도 단기적 이윤 추구보다는 기업 발전을 위한 장기 목표에 집중하면서, 구성원들에게는 높은 급여와 함께 제대로 된 대우는 물론 협력회사나 주변 상권,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여야 한다. 시민 역시 대기업만을 쳐다볼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이끌고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과 중소기업인들의 기업가 정신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

이재훈/영남대 교수·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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