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삼키는 하마" vs "서민 문화 보고" 경주 예술의 전당 30억 적자 논란

입력 2013-05-22 07:58:53

민간사업자에 매년 92억 지급…市 "경제논리로만 판단 말길"

문화예술기관에 경제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에는 항상 논란거리가 있어 왔다.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공공 문화시설은 문화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주 목적이다. 결국 양질의 상품을 저가로 공급하는 운영방침에 따라 출발부터 만성적인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공연예술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전국 204개 문예회관의 재정자립도는 18.3%에 불과하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서울이 38.6%를 나타날 정도였으며 문화도시로 이름높은 대구 역시 14.2%를 겨우 기록했다. 이러한 경향은 지역 중소도시로 갈수록 더욱 심해져 경북의 경우 6.1%로 한 자리 수를 넘지 못했다. 이 같은 수치를 따져볼 때 같은 기간 경주 예술의전당이 기록한 31%의 재정자립도는 괄목할만한 성과이다. 하지만, 적자폭에 있어서 경주 예술의전당은 10억원 안팎의 타도시 기관보다 9배나 높은 90여억원을 나타내며 대표적인 악성운영기관으로 지적됐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됐을까.

▲빚으로 시작한 예술의전당

경주 예술의전당은 지난 2004년 8월 경주지역 각 예술단체들이 주축이 돼 시민 10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건립이 추진됐으며 지난 2011년 11월 6일 개관했다. 건축면적 2만1천232㎡,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로 1회 수용인원이 2천250명에 달할 만큼 큰 위용을 자랑하는 시설이다. 건립에 들어간 사업비만 723억5천만원. 문제는 이 사업이 건립비용을 모두 민간사업자가 투자하고 이후 경주시가 매년 92억원(국채금리 5.54% 적용'대체충당적립금 4억원 포함)을 20년동안 상환하는 BTL사업으로 추진됐다는 점이다. 즉 경주시는 타 도시처럼 문화예술 사업에 지원금을 주는 것과 아울러 매년 1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예술의전당에 쏟아부어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맨 예술의전당

처음부터 과도한 빚을 안고 시작한 탓에 경주 예술의전당 운영은 타 기관에 비해 운영상 제약이 많다. 예를 들어 문화사업의 경우 규모가 비슷한 의정부 예술의전당이 13명, 하남 문화예술회관 11명, 거제 문화예술회관 6명, 안동 문화예술의전당 4명의 인력을 두는 반면, 경주 예술의전당은 고작 3명이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이러한 운영비 감축을 통해 지난해 경주 예술의전당은 타 도시보다 최저 1만원에서 최고 3만원까지 저렴한 공연비로 연 185회(기획 52회'대관 114회'시립예술단 19회)의 공연을 치러낼 수 있었다. 무대설치 및 리허설, 철수 등에 한회 평균 3일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1년 365일 중 288일이나 시설을 가동한 셈이다.

▲경주시 '운영 정상화 계획 발표' 새로운 활로 될까

이처럼 높은 운영률 속에서도 적자 문제가 해소되지 않자 경주시에서는 새로운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경주시는 당초 계약에 의한 금리 5.54%를 최고 3.36%까지 낮춰 상환만기까지 188억원가량을 줄이고 문화예술법인을 등록해 기부금 등 2억6천만원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시공사인 삼성 측에 요구해 예술의전당 시설 기부 또는 운영지원금 지원 등도 요구할 방침이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예술의전당은 시민의 문화 복지를 위한 시설이기 때문에 당장의 경제논리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예술의전당이 세워지기 전에는 경주시민들이 대구나 울산 등지로 공연을 찾아가는 등 오히려 지역 경제의 외부 유출이 더 많았다고 본다"면서 "이제는 우수한 공연이 경주에 펼쳐짐으로써 다양한 지역경제 유발효과도 적지 않다. 문화적 복지 향상과 문화사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맛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hlee@msnet.co.kr

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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