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스쿠니 참배가 알링턴 참배와 같다니

입력 2013-05-21 11:11:40

아베 일본 총리가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와의 인터뷰에서 A급 전쟁범죄자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에 빗댔다.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고조되자 전몰장병을 추도하는 미국 국립 추도 시설을 들먹거리며 자신들의 악행을 정당화하려 든 것이다. 그러면서 야스쿠니에 전범 합사 후 한국과 중국이 항의를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반대하고 있다는 거짓 주장을 늘어놓았다. 앞으로도 신사 방문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장난도 덧붙였다.

아베의 이런 주장은 명백한 궤변이요, 거짓이다. 야스쿠니는 알링턴 국립묘지와 달리 국제사회가 판정을 내린 A급 전범들을 합사해둔 곳이다. 총리가 이곳을 참배하는 것은 과거 침략 전쟁을 부정하고 국가가 면죄부를 주려는 시도나 다름없다. 이는 전후 새로이 형성된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게다가 아베의 이번 발언은 그동안 야스쿠니가 사적인 종교 시설인 만큼 참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던 그동안의 그들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밝힌 꼴이다.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한국과 중국이 갑자기 반대하고 있다는 주장도 당치않다. 야스쿠니에 전범들이 합사된 것은 1978년이고 총리가 공식 참배한 것은 1985년 나카소네 당시 총리가 처음이었다. 한국은 즉각 공개 항의했고 이후 줄곧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가뜩이나 일본은 지금 과거사를 부정, 미화하려는 극우주의자들의 망언이 잇따르고 있다. 평화헌법 개정 등을 내세우며 침략의 역사와 저질렀던 만행을 희석하려는 움직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를 견제해야 할 총리가 오히려 거짓과 궤변으로 앞장서고 있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일본 총리의 수준이 일본 양심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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