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정치 이슈] 사령탑 바뀐 민주당의 앞날

입력 2013-05-18 08:00:00

민주당이 변하고 있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권도 민주당의 변화만이 살길이라는 점을 아는 듯 표심(票心)으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달 치러진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경선은 '호남 탈색'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호남당'이라는 정치적 등호(等號)를 벗어나 전국 정당으로 우뚝 서라는 지지세력의 갈망이 담겼다는 평가다.

◆민주당, 드라마를 쓰다

15일 치러진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반전이었다. 서울 동작갑이 지역구인 전병헌 의원은 결선 투표까지 가 우윤근 의원을 눌렀다. 1차 투표에서는 우 의원이 50표로 47표를 얻은 전 의원에 3표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결선에서 전 의원이 68표를 얻었고 우 의원은 56표를 얻었다. 1차에서 27표를 얻은 김동철 의원의 지지표가 같은 호남 출신인 우 의원에게 가지 않고 전 의원 쪽으로 쏠렸다. 예상과 상식을 벗어났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앞서 치러진 5'4 전당대회에서 서울 광진갑 출신 김한길 당대표가 선택된 뒤여서 더 그랬다. "호남을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바람이 불었던 것이다. 텃밭을 괄시하면 안 된다는 '호남배려론'이 여러모로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호남당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자"는 쪽이 훨씬 많았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제 DJ의 시대, 친노의 시대는 저물고 진보 진영은 새 시대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민주당, 영혼만 빼고 다 바꾸나

김한길 대표는 이달 초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60년을 지켜온 민주당의 영혼만 빼고 모든 것을 버려야 우리가 살 수 있다"고 외쳤다. 전당대회에서 친노무현계와 범주류 세력이 이용섭 대표 후보를 민 것을 알기에 다독거릴 필요가 있었고, 그는 영혼만 빼고 다 바꾸는 데 힘을 모으자고 설파했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뒤 10여 년간 민주당을 실질적으로 좌우했던 친노무현 세력의 쇠락은 이번 두 당내 선거전에서 확인됐다. 친노 세력이 민 후보는 다 쓴잔을 마셨다. 무엇보다 선출직 최고위원에 호남권 출신이 한 명도 뽑히지 못했다. 현재 민주당 핵심지도부 중 호남 출신은 장병완 정책위의장(광주 남구)뿐이다.

DJ 정서에 대한 그리움도 변화에 대한 열망 앞에서는 움츠러들고 있다. 호남 출신 후보가 수도권 의원에게 패한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김한길-전병헌 투톱 체제는 모두 서울 지역구 출신이다. 수도권은 선거마다 표심이 요동치며 가장 큰 시장이자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분류된다. '강한 야당' '선명한 야당'에 대한 민주당 지지세력의 갈증이 풀린 만큼 다가오는 각종 선거전에서 민주당의 성과가 주목되고 있다.

박기춘 전 원내대표는 당 사무총장으로 옷을 갈아입는 파격적 인사도 나왔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의 혁신을 꾀하는 마중물로 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민주당, 숙제를 잘 풀어야

김-전 투톱 체제는 가장 먼저 당 쇄신에 박차를 기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패배와 새 정부 들어 처음 치른 4'24 재보선 참패로 등 돌린 여론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지세력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에 우호적인 여론에 대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무조건 민생'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민과 중산층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당 혁신작업도 성과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에 대해 '퇴색' 논란이 일고 있는 마당이어서 경제민주화와 복지사회 구현을 목표로 한 생활밀착형 정책 발굴이 제1야당의 시급한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또 전국 정당화를 위한 네트워크 개발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의 최대 약점 지역인 대구경북, 나아가 영남권에서의 인재 발굴이 급한 숙제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주자군을 육성해야 한다. '불임 정당'의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당 안팎의 주문에 응할 필요가 있다. 또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그의 지지세력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야권 지지가 결집하느냐 분산되느냐가 달렸다. 적대적 대결구도로 흘러가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대부분 영남권 출신 인사들이 출전하면서 당내 지역주의와 친박근혜계 분화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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