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 조관희 지음/ 돌베개 펴냄
이름을 수백 번도 더 들어 본 중국 소설 작품들을 통해 본 중국역사를 엮은 책이다. 소설은 허구와 사실이 함께 녹아 있지만, 소설 속 수많은 사건들에 담긴 '의미'를 해석함으로써 중국의 역사와 당대 문화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소설 작품은 당대의 사회 현실을 충실하게 묘사한 하나의 '기록'이자, 그 시대를 관통하는 의미를 읽어 내는 '텍스트'가 된다.
저자 조관희는 중국 문학을 전공한 학자다. 자연히 중국 역사에도 정통하다. 지금까지의 저술을 봐도 알 수 있다. 문학 서적 이외에도 '조관희 교수의 중국사 강의' '조관희 교수의 중국현대사 강의' '세계의 수도 베이징' 등의 베스트셀러를 냈다.
역사에 대한 중국인들의 편향은 유별난 데가 있다. 5천여 년 동안 이어져 온 오랜 역사는 중국인들이 크게 자부하는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 더해 전 왕조가 끝나고 새로운 왕조가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직전 왕조의 역사를 서술하는 것이었을 정도로 역사 기록에도 남다른 애착을 보여 왔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설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중국 소설 '삼국지'(三國志)부터 루신의 '아큐정전'과 공산화 이후를 다룬 '상흔'까지를 망라한다. '삼국지'를 통해 중국 삼국시대의 역사를 이해함은 물론, 삼국시대 인물들의 각축을 보며 그 속에서 인간관계와 리더십을 읽어 내고, 무수한 사건들과 고사를 읽고 암기하며 한자문화권의 교양으로서 소중하게 여긴다. 여기에서 소설의 묘미가 나타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승리한 사람은 역사 속에 미화되고 영웅이 된다. 하지만 소설은 다르다. 삼국시대 실질적인 승자는 조조다. 그러나 소설 속 조조는 간악하고 잔인한 소인배로 묘사된다. 반면에 실질적 패자인 유비와 손권은 당대의 영웅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삼국지'가 역사에서 미처 다 말하지 못한 숨겨진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라고 하기도 하고 학자들은 "7할은 사실에 바탕했고, 3할은 허구"(七實三虛)라고 한다.
이 책은 중국 소설을 읽음으로써 그 속에 담긴 중국사를 공부하는 책이다. 춘추전국시대부터 현대 중국까지 7할의 중국사를 시대순으로 읽어냄은 물론, 3할의 허구 속에서 숨겨진 역사까지도 소중하게 읽어낸다. 중국에서는 소설을 통해 역사를 공부하는 것을 사전문학(史傳文學)이라고 한다. 딱딱하기만 한 역사를 보완하는 문학이다. 소설이나 희곡과 같은 문학작품들 역시 역사의 일부이며, 정식 역사에서 다루지 못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正史之補)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소설 작품을 단순히 여가를 즐기기 위한 오락물 정도로 여기지 않고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중국 소설은 총 25편 정도이다. 이 책에 수록된 소설을 중국사의 시대순으로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1권은 근대 이전, 소설 작품으로는 열국지에서 라오찬 여행기까지로 돼 있다.
동주(東周)시대~춘추전국시대(열국지), 진한(秦漢) 교체기(초한지), 삼국시대(삼국지), 당(唐)나라(서유기), 송(宋)나라(수호전), 명(明)나라(의화본/ 금병매), 청(淸)나라(유림외사/ 홍루몽), 근대(近代)(20년간 내가 목격한 괴이한 일들/ 라오찬 여행기) 등이다.
2권은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이라는 전제 왕조가 무너지는 시점 이후 시작된 근현대를 다룬다. 1911년 신해혁명 이후(아큐정전), 1920년대 군벌(軍閥)의 시대(낙타상자), 1930년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과 국공 내전(자야(子夜)/ 청춘의 노래), 1940년대 공산당 세력 강화, 마오쩌둥의 옌안 문예강화(이가장의 변천), 1950년대 신중국의 수립과 토지개혁(산향거변), 1960년대 문화대혁명(부용진), 1970년대 문화대혁명의 종결과 제1차 천안문 사건(상흔), 1980년대 덩샤오핑 체제(사람아 아, 사람아/ 중년에 들어섰건만/ 장기왕/ 사회주의적 범죄는 즐겁다), 1990년대 인문정신의 논쟁(폐도) 등을 싣고 있다.
각 279쪽, 302쪽. 1만3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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