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재단 조례 개정안, 이사진 사표 반려 일단 수습
대구시가 지난달 26일 대구시의회에서 대구문화재단 조례 개정안이 통과된 지 20일이 지난 16일을 그냥 넘김으로써 시의회 결정에 대한 지역문화계의 재의 요청 시한을 넘겼다. 이로써 대구문화재단 대표이사의 권한을 대폭 축소한 조례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해결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냉각기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이에 앞서 15일 여희광 대구시 행정부시장이 사표를 제출한 이사들을 포함해 대구문화재단 이사들을 만나 "이번은 조례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이른 시일 내에 외부 의견을 들어 재개정안을 발의하겠다"면서 "많은 전문가들과 대구문화재단 이사, 시민들에게 의견을 물은 뒤 대구시장이 민간인에게 이사장직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사표를 제출한 대구문화재단 이사 및 감사의 사표는 반려한다는 방침이다. 이사회 내부나 시의회에서 이견이 없지는 않아도 표면적으로 사태가 수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사태는 결국 대구 문화계의 허약성만 대내외에 알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대구문화재단 이사 중 전영평 이사가 대구문화재단 적립금 예치 은행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고, 다수 이사들과 당시 대표이사는 전 이사의 의견과 다른 결정을 하면서 시작됐다. 전 이사는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불만을 이재녕 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과 공유했고, 이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대구시의회는 재단 조례를 일부 개정했다. 이 과정에서 문화예술계 의사를 수렴하는 절차가 소홀하게 취급됐다. 대다수의 대구문화재단 이사들과 예술인들이 두 번이나 성명서를 내며 반발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조례 개정안은 시의회에서 무사 통과됐다. 이 위원장은 또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역 예술인들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물론 예총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반발이 있었고 이 위원장의 사과가 있었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과정을 거치고도 사태의 원인이 해소되지 않고 적당히 조용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태로 '한두 명의 머릿속에서 나온 대로 대구 문화판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그간의 속설이 그대로 증명됐다. 또 대구시의 정책입안과 협상력 부재도 드러났다.
게다가 문화예술계의 허약함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한 예술계 인사는 "일인시위라도 당장 하고 싶지만 일단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급하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각종 문화예술 관련 예산 지원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그에 비해 문화예술계의 지원금 의존도 역시 높아졌다. 그만큼 대구시와 문화재단, 시의회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도 커졌다. 이런 마당에 이들을 향해 쓴소리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예술인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또 다른 한 인사는 "이번 대구문화재단 조례 개정안 사태를 통해 문화예술계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돌출됐다"면서 "문화예술계를 둘러싼 환경이 더 허약해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떠드는 사람들 모두 문화예술계에서는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을의 처지인 사람들은 떠들 여력도 없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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