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릴레이 기고] 행복한 학교

입력 2013-05-17 07:06:40

사랑의 계절 오월. 많은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기념일이 많은 달이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이때가 되면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은 왜일까?

스승의 날은 스승의 은혜를 되새기고 스승의 길을 다짐하는 뜻에서 정한 날이다. '인간의 정신적 인격을 가꾸고 키워주는 스승의 높고 거룩한 은혜를 기리어 받들며, 청소년들이 평소에 소홀했던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불러일으켜 따뜻한 애정과 깊은 신뢰로써 선생님과 학생의 올바른 인간관계를 회복함으로써 사제의 윤리를 바로잡고 참된 학풍을 일으키며,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다음 세대의 주인공들을 교육하는 숭고한 사명을 담당한 선생님들의 노고를 바로 인식하고 존경하는 기풍을 길러 혼탁한 사회를 정화하는 윤리 운동에 도움이 되고자 이「스승의 날」을 정한다.'

이와 같은 스승의 날 제정 결의문을 보면서 다시금 우리의 교육 현실을 생각한다. 지난달 서울 강북지역 모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담임교사의 물심부름을 하면서 최근 1년간 마시는 물 대신 양변기 물을 떠다 준 사건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이 학생은 담임교사의 물심부름을 하면서 '변기 물을 떠 온 뒤 친구들에게 알리고 물을 마시는 담임교사를 보며 함께 즐거워했다'는 것이다. 믿었던 제자에게 배신당해 충격을 받은 교사는 정신과 상담 치료를 받았으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결국 휴직했다.

언제부터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되었을까? 일등이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세태에서는 1등이 되지 못하는 많은 아이가 행복하게 설 곳은 없다. 노란 새싹 때부터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허덕여야 하는 상황에서 어찌 친구와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 자랄 수 있겠는가. 옆자리의 친구가 끝없는 경쟁의 상대가 되어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되고, 때로는 적대의식마저 싹트게 해서 되겠는가. 아이들의 교육에는 기성세대의 무자비한 시장원리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어릴 때부터 그 마음속에 따뜻한 사랑과 인정을 심어주지 못하면 그들의 가슴에 휴머니즘이 자리하지 못할 것은 뻔한 일이다.

초·중등 보통교육은 지식 위주의 교육이 아닐 것인데, 언제부턴가 교양과 인성교육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 같아 안타깝다. 학부모는 지극한 내 자식만의 맹목적 사랑에 빠져들게 되었고, 학교마저 집단이기주의에 함몰되어 무분별한 경쟁 체제로 돌진하면서 아이들은 갈수록 메마른 사막에 내몰리는 꼴이 되고 있다.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타인을 생각하지 않은 내 자식만의 사랑은 결코 현명한 부모의 사랑 방법이 될 수 없다. 맹목적인 사랑만 먹고 자란 아이들의 이기심과 기고만장한 행태가 학교폭력이나 교실붕괴와 같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선량한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권마저도 침해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스승의 날이 지나갔다. 어김없이 그냥 지나갔다. 갈수록 공교육 부실화와 교실 황폐화 등 교육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높아 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까지 악화한 것은 교육 당국,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공교육 정상화는 모두의 바람이다. 학부모의 불만과 지나친 간섭은 줄어들지 않고 있고, 교사는 교권이 바로 서야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교사들의 사명감과 교육 역량이 교권 확립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교권 침해 사건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고, 교원의 사기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이래서는 학교가 바로 서지 않는다. 정말 심각한 문제이지만 해결책은 멀리 있지 않다. 교사와 제자가 서로 믿고 존경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 첫걸음이 교권 확립이 아닐까? 이는 교사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선량한 다수 학생의 학습권을 되찾고 정상적인 공교육을 발전시켜 나아가는 일이다.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학교는 모든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언제나 행복하게 보내야 할 곳이다. 모든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손잡고 활짝 웃는 모습을 그려본다.

신경식 대구시교원단체총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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