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으로] 자신을 아끼지 않는 아버지께 쓰는 편지

입력 2013-05-16 14:27:09

할아버지 틀니 걱정하는 마음 따뜻한 조카

"숙모! 저, 남영인데요. 얼마 전에 할아버지 뵈러 갔더니 틀니가 부러져서 갖고 간 사과를 그냥 못 드시고, 수저로 긁어 드시데요. 제가 틀니를 새로 해드리겠다고 약속은 했는데 치과에 물어보니 생각했던 금액보다 너무 많아요. 어쩌죠?"

며칠 전 대학생인 조카가 전화를 걸어왔다. 고민 끝에 전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화를 하면서 가슴이 뿌듯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 들었다. 학업과 병행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마련하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남영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마음만 받을 테니 신경 쓰지 마. 할아버지께는 아빠도 삼촌도 있으니…. 할아버지한테 안부 전화 자주 드리는 게 네가 할 일이야."

조카 녀석은 나의 말에 또 이렇게 대답했다. "어릴 때 제가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감사하게 생각해야죠." 아직 철없는 아이인 줄만 알았는데 생각이 기특하기만 하다.

조카의 이야기를 듣고 며칠 뒤 아버님댁을 찾아갔더니 정말 음식물을 씹지 못하고 계셨다. 텔레비전 위에는 부러진 틀니가 놓여 있었다. 치과에 가자는 말에 미안해하시는 아버님께 "건강하셔야 저희가 편해요"라면서 치과로 모시고 가 틀니를 맞춰 드렸다. 가슴에는 꽃 한 송이도 꽂아 드렸다.

어머님을 여의고 홀로 계시는 아버님, 건강하세요! 취업을 앞두고 있는 조카 남영아, 좋은 직장에 꼭 취직하길 기도할게!

양성규(대구 북구 복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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