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은 내 인생 최대의 악연이었다."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최근 주변 인사들에게 전한 말이라고 한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이 수석이 귀국하라고 지시해서 중도 귀국하게 됐다며 이 수석을 끌어들였다. 이에 이 수석은 곧바로 반박하고 나섰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수석과 대변인으로 머리를 맞대던 사람이 맞서는 형국이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기강 문제가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홍보수석실은 차관급인 이 수석을 정점으로 윤 전 대변인과 김행 대변인, 최형두 홍보기획비서관, 백기승 국정홍보 비서관, 최상화 춘추관장 등 5명의 1급 비서관들로 이뤄져 있다. 수석 아래 서열도 홍보기획비서관-대변인-국정홍보비서관-춘추관장 순이라는 점을 따지면 윤 전 대변인은 최 비서관보다 아래인 3위에 불과하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이 성추행 사건 이후의 언행은 이런 위계질서를 무색하게 한다. 직속상관인 이 수석을 전혀 존중하지 않고 아랫사람 대하듯 '이수석 한테'라는 표현을 다반사로 썼다.
평소에도 윤 전 대변인이 이 수석을 상급자로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다는 여러 관계자들의 증언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워싱턴 D.C.에서 벌어진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도 이 수석이 아랫사람인 윤 전 대변인을 통제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변인의 역할은 방미행사를 수행해서 이를 기자단에 브리핑하는 것이었지만 윤 전 대변인은 단 한 차례 프레스센터에 나타난 것 외에는 행사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7일에도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만찬에 참석했지만, 그는 행사 브리핑을 하러 프레스센터에 가지 않았고 인턴과 술자리를 가졌다.
그런데도 이 수석은 윤 전 대변인을 찾아서 브리핑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윤 전 대변인은 이 수석의 지휘권에 아랑곳하지 않고 따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특히 방미 기간 계속해서 윤 전 대변인이 나 홀로 행보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수석이 관리하지 못하면서 성추행 사건이 빚어졌다는 점에서 이 수석의 지휘책임과 장악력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윤 전 대변인을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그는 언론계 출신이 아니라 PD출신인 이 수석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고 노태우 정권 때부터 언론과 정치권을 오간 자신을 상당히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결국, 윤 전 대변인의 스타일을 안고 가려고 했던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고 있던 이 수석이 윤 전 대변인에게 휘둘린 최악의 결과가 이번 성추행 사건이라는 것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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