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활용한 소방대원의 기지로 산에서 조난당한 고등학생들이 50여 분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대구 동부소방서에 따르면 12일 오후 8시 10분쯤 공산119안전센터에 출동명령이 떨어졌다. 팔공산에 올랐다가 길을 잃은 남녀 고등학생 4명을 구조하라는 지시였다. 소방대원 6명은 학생들과 통화를 이어가며 팔공산 염불암으로 향했다. 조난자들은 겁먹은 채 전화기를 통해 울먹였다. 조난자들은 "사방이 어둡고 불빛이 없어 어딘지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때 권영인(48) 소방장의 머리에 스마트폰의 위치추적 기능이 떠올랐다. 대원들은 각자 전화기를 꺼냈다. 한 대원은 학생들과 통화하며 안심시켰고, 다른 대원은 스마트폰의 위성 지도창을 열었다. 권 소방장은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위치를 찾는 방법을 하나하나 가르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들의 스마트폰에 자신들의 위치가 표시됐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대원에게 전송했다. 사진을 본 대원들은 학생들의 위치가 팔공산 염불암에서 철탑삼거리 사이 위령비 인근 계곡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후 8시 35분쯤 현장에 도착한 대원들은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학생들을 찾아 나섰다. 드디어 오후 8시 55분쯤 멀리서 희미한 스마트폰 불빛이 보였고 이어 사람목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학생들은 움츠린 채 떨면서 눈물만 흘렸다. 학생들은 얇은 옷차림이었고, 치마를 입은 한 여학생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소방대원들을 본 학생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큰 소리로 안도의 울음을 터트렸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수색한 지 50여 분만에 팔공산에서 학생들을 구조한 것.
다행히 큰 부상이 없었던 학생들은 소방대원과 함께 오후 9시 30분쯤 팔공산에서 내려왔다. 학생들은 여전히 울음 섞인 목소리로 "산에서 길을 잃어버릴지는 정말 생각도 못했다"며 "이렇게 빨리 찾아준 소방대원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구조된 18살의 남녀 고등학생 4명은 이날 오후 5시 30분쯤 휴일을 맞아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올랐고, 능선을 따라 동봉으로 향하다가 오후 7시 30분쯤 날이 어두워지자 길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생들은 한참을 헤매다 오후 8시 8분쯤 스마트폰으로 신고를 했다.
권영인 소방장은 "팔공산에서 많은 조난 사고를 겪어 봤지만 이렇게 빠른 시간에 구조를 끝낸 적은 처음"이라며 "다행히 스마트폰의 위치 찾기 기능이 떠올랐고 학생들도 잘 따라주어서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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