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분담해 책임감 키워, 방과후 함께 축구 게임도
대구 강동중학교에서 체육 과목과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한태규(27) 교사는 '팔통' 모임 아이들에게 큰 형님 같은 존재다. '팔통'의 '통'은 바지 밑단을 이르는 말. 교복 바지통을 5~6인치로 줄여 입으며 멋을 부리던 아이들이 마음을 다잡겠다며 규정인 7인치보다 바지통을 더 늘려 8인치로 만든 데서 유래한 이름이 '팔통'이다.
"흡연이나 폭력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보면서 사랑과 관심이 부족한 탓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한 아이를 설득해 다른 아이를 데려오도록 하는 방법으로 문제 행동을 한 3학년 아이들 17명을 모았죠."
4월부터 한 교사는 아이들을 본격적으로 챙기기 시작했다. 오전 7시 30분이면 교문에서 팔통 아이들을 기다렸다. 지각을 밥 먹듯 하던 아이들은 매일같이 한 교사가 자신들을 기다리자 점차 등교 시간을 지키기 시작했다. 매일 방과 후 아이들을 모은 뒤엔 영어 단어를 1시간씩 외우게 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엔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함께 축구를 했다.
그는 또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팔통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을 정해줬다. 쉬는 시간이 끝나면 학생들이 얼른 교실로 들어가도록 이끄는 역할을 맡겼고, 점심시간엔 급식 질서를 지도하게 했다. "자긍심과 책임감을 키워주기 위한 조치였어요. 맡은 일이 생기고 잘해낼 때 칭찬을 해주자 학교생활에 제법 잘 적응해나가게 되더군요. 틈만 나면 학교 밖으로 나가 담배를 물던 아이들이었는데…."
잘못을 저질러 지적을 받을 때 반항부터 하던 아이들은 이젠 한 교사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일 줄 알게 됐다. 자신들에게 보이는 관심이 진심이라는 걸 느끼고 있기 때문. "지금도 아이들과 친해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매사에 관심이 없던 녀석들이 제가 '이거 한 번 해보자'고 하면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볼 때 아이들과 거리감을 조금은 좁혔다는 생각이 들죠. 거친 면이 있지만, 심성은 다들 착한 아이들이에요."
한 교사는 오후 7~8시가 돼야 학교 문을 나선다. 팔통 아이들을 하나하나 챙기다 보면 늦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는 이 일이 좋다고 말한다. "절 힘들게 하는 것도, 절 웃게 하는 것도 이 아이들입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해야 하지만 이 아이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채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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