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꿀벌

입력 2013-05-14 07: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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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환경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은 봄이 와도 들리지 않는 새소리에서 시작한다. 20세기 환경학 최고의 고전이란 평가답게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일깨웠는데, 책 제목이 사뭇 섬뜩하다.

음식과 환경의 관계성을 탐구해온 작가 로완 제이콥슨의 저서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 또한 제목만으로도 전율할 만한 메시지를 전한다. 농약의 폐해와 환경오염이 새소리를 잠들게 하고, 꿀벌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예견이다.

'꿀벌 대소동'이란 애니메이션도 비록 어린이용 오락 영화지만 인류에게 날카로운 경고를 던졌다. 정말 꿀벌들이 파업을 벌이고, 산과 들의 꽃들이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구 상의 식물 40%가 곤충들의 활동으로 수정을 하고, 그 80%의 역할을 꿀벌이 맡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식용작물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결실 없는 가을이 닥친다면 인간인들 무슨 수로 생존할 수 있을까.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이미 100년 전에 "지구에서 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았다. 그리고 그 징후는 2006년부터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만 꿀벌이 1년 만에 22개 주에서 무려 25~40%나 사라졌다. '군집 붕괴 현상'이라 불리는 꿀벌의 실종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6년 40만 군(벌통 하나 분량의 벌떼)에 이르던 한국의 꿀벌은 근래 10%를 조금 웃도는 4만5천 군으로 줄었다. 꿀을 찾으러 나간 벌이 돌아오지 않거나, 벌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일도 되풀이됐다. 꿀벌의 실종은 바로 농업과 식량 위기로 직결된다. 그래서 세계 각국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고, 살충제와 이상기후 등을 꿀벌 실종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교의 핵심 사상은 연기론(緣起論)과 깨달음(覺)이다. 작은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도 땅과 물과 바람과 햇빛 그리고 계절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하찮은 미물이라도 그것이 무한(無限) 시간과 무변(無邊)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의 참된 의미를 깨닫는 것이 불교이고, 그것을 담은 경전이 대방광불화엄경이다.

세상 만물이 이렇게 저마다 찬란한 꽃이요, 장엄한 세계인 것이다. 어떠한 존재도 인연으로 생겨나지 않은 것이 없으니 너와 내가 어찌 따로일까.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되새겨보는 꿀벌의 실종이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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