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그때는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위기의 시간이었나 봅니다. 서로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부풀리며 예민해진 탓에 하루가 멀다 하고 조그만 일에도 서로 짜증을 내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그리고 그날따라 더없이 좋은 봄 날씨는 무심하게 이리저리 텔레비전 채널만 돌리고 있는 남편을 더욱 밉게 만들었지요.
"우리도 놀러 가요"라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집을 나섰지만 화사한 바깥 풍경은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시골길을 한참 달려 강변 모래밭에 자리를 깔고 앉은 뒤 파리낚싯줄을 설치해 놓고는 피라미들을 기다리기도 하고, 잡은 물고기들을 넣어둘 작은 연못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점점 흐려지는 것 같더니 검은 비구름은 피할 시간도 주지 않고 느닷없이 굵은 비를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낚싯줄을 걷으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아이들 장난감 챙기랴,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했습니다. 우리는 깔고 앉았던 돗자리를 우산 삼아 넷이서 이인 삼각달리기를 하듯 발을 맞춰 뛰었습니다. "천천히 가자" "몸을 낮춰라" "빨리 빨리…" 돗자리 우산 속에서 와글와글 의견도 분분했지만 다행히 비는 많이 맞지 않은 채 차를 세워둔 곳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비를 다 맞아 옷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지요. 우리가 비를 덜 맞게 바람이 불어오는 쪽에 서서 온몸으로 비를 막았던 것이지요. 그 모습을 본 순간 갑자기 눈물이 왈칵 흘렀습니다. 그동안 미워하고 원망했던 일들이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물론 그 이후로도 툭하면 다투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지만 그때의 위기는 무사히 해결됐던 것 같습니다.
박소정(경산시 진량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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