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3월 16일 대낮에 로마 한복판에서 알도 모로 전 이탈리아 총리가 납치됐다. 무장 괴한들이 자택에서 의사당으로 향하던 승용차를 습격, 경호원 다섯 명을 눈 깜짝할 사이에 사살하고 모로를 끌고 갔다. 이탈리아의 극좌파 테러 조직 붉은 여단의 소행이었다. 붉은 여단은 수감 중이던 동료 조직원 열다섯 명의 석방을 요구했고 모로 전 총리는 납치된 상태에서 정부에 협상을 촉구하는 편지를 거의 매일 보냈다.
모로는 1963~68년, 1974~76년 두 차례에 걸쳐 총리를 지냈고 외무장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사회 의장을 거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지닌 정치가였다. 기독교민주당 당수로서 능란한 조정 능력의 소유자이자 끈기 있는 협상가로 알려졌던 그는 중도좌파 내각을 이끌면서 당시 유럽에 좌파 붐을 일으킨 주역이었다. 그는 공산당과도 협력, 정치 참여의 길을 열어줬다.
붉은 여단은 정부 전복과 마르크스 혁명을 목표로 정치가와 실업가,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납치와 살인을 서슴없이 자행했다. 모로 역시 이탈리아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납치 55일 만인 1978년 오늘, 총탄 열한 발을 가슴에 맞은 채 시체로 발견됐다. 62세의 나이였다. 붉은 여단은 테러 역사에 남을 만큼 대담무쌍한 사건을 벌였으나 이후 경찰의 대대적 검거 작전으로 차츰 쇠퇴하게 된다.
김지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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