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람들의 성품을 흔히들 대구기질이라고 한다. 좁은 국토에서 대구만을 따로 떼어 기질을 논하는 것 자체를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대구기질은 곧 대구 사람들의 자존심일 수도 있다.
대구 사람들 특히 대구 남자들은 성격이 과묵하다. 사람은 누구나 사회생활에서 희로애락이 있기 마련이지만 대구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도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밤늦게 집에 돌아온 남편이 아내에게 하는 말이 "밥 먹었나" "애들은" "그만 자자"의 세 마디에 그친다고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대구의 남편들은 가정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서 희생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대구 사람들은 의리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상대방과 약속한 일은 결과적으로 자신이 손해를 보는 경우에도 스스로 책임을 진다. 대구 사람들은 어떤 일이든 믿고 맡겨도 될 만큼 의지가 굳다. 대구에서 출발한 기업체들이 하나같이 우리나라의 대표 업체로 성장하고 있는 사실은 대구기질과 무관하지 않다. 대구 사람들의 무던한 성품은 대구가 전국에서 가장 무덥고 가장 춥고 하는 기후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국가가 위기를 맞이했을 때 대구는 구국의 대열에 앞장을 섰다. 일제가 경제침략을 획책했을 때는 국채보상운동을 통하여 민심을 결집하였고, 일제의 식민통치가 굳어져 가던 때에는 유림단 파리장서사건을 주도하였으며, 투쟁단체를 결성하고 독립투쟁을 전개하는 등으로 수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하였다.
지난해 대선에서 대구 사람들은 그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대구가 똘똘 뭉치면 이후에 어떤 비난의 화살이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그것에 연연하지 않고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소신껏 행동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나라의 정치가 대구 사람들이 원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전에도 그러했듯이 대구 사람들은 우리 지역에 어떤 대가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오직 나라가 잘되기만을 소망하는 것이 대구기질이기 때문이다.
이명식 대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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