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에 무한情…미래 고민하는 지역愛
대구 사람을 특징짓는 기질 가운데 시대적으로 주목할 만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더불어 정신과 애향심이다. 대구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강하게 지니고 있는 더불어 정신은 빈부'세대 등 갖가지 갈등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 할 수 있다. 또한 고향에 대한 대구 사람들의 뜨거운 사랑은 지역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더불어 정신
두사충(杜思忠)과 김충선(金忠善). 임진왜란을 계기로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은 이 두 사람이 대구에 정착한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 명(明)에서 상서(尙書) 벼슬을 지낸 두사충은 임진왜란 때 원군(援軍)으로 왜병을 격퇴하여 난을 평정하는 데 공을 세웠으며 장차 명나라가 망할 것을 예감하고 조선에 귀화해 대구에 정착했다. 임진왜란 때 일본 가토 기요마사의 좌선봉장으로 조선에 건너온 김충선은 조선의 문물이 뛰어남을 흠모해 귀순했고, 여러 차례 큰 공을 세운 후 역시 대구를 삶의 터전으로 잡았다.
명과 일본에서 온 두 사람이 대구에 정착했다는 것은 대구 사람들의 '열린 정신', 즉 개방성을 방증해주고 있다. 또한 낯선 외국인과 함께 사는 것을 통해서 대구 사람들의 더불어 정신을 웅변해주고 있다. 다문화 정신을 대구 사람들이 앞장서 실천한 것이다.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정신이 대구에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것은 다양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로 11년째를 맞은 매일신문의 '이웃사랑'. 그동안 모인 성금액이 50억원을 넘고, 기부에 참여한 사람이 7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웃사랑이 시작된 지 22개월 만인 2004년 9월 성금 누적금액이 1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07년 9월 10억원, 2009년 5월 20억원, 2010년 9월 30억원, 2011년 8월 40억원 등 대구 사람들의 뜨거운 더불어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그와 함께 대구의 기부 문화도 갈수록 활활 타오르고 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매일신문이 '대구를 기부문화 중심도시'로 만들기 위해 공동으로 '희망 2013 나눔캠페인' 기부문화 캠페인을 벌인 결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전국 최고 모금목표액 달성률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 58억4천100만원을 모금해 목표액인 45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달성률 130%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최고 모금목표액 달성률이었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비록 먹고살기는 빠듯하지만 어려운 이들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의 정(情)과 더불어 정신은 갈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다.
◆애향심의 도시
얼마 전 법무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소병철 전 대구고검장은 "대구는 지역에 대한 사랑, '지역애'가 남다른 도시"라고 했다. 전남 순천 출신으로 20개월가량 대구 검찰 수장으로 재직한 그는 "다른 지역도 각각 자기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이 다 있지만 대구는 다른 곳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하다. 독특하다. 다른 곳이 '모닥불'이라면 대구는 '용광로'에 비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 사람들은 지역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뭉쳐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3명만 모여도 대구의 현재를 걱정하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토론한다. 이따금 격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모두가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하계유니버시아드 등 굵직굵직한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원동력도 대구 시민들의 애향심에서 찾을 수 있다. 자원봉사 등을 통해 대회가 성공할 수 있도록 직접 팔을 걷어붙이는 것은 물론 외국인 등을 위한 숙식 제공, 교통 혼잡을 덜기 위한 자가용 운행 자제 등 대회가 원활하게 치러지는 데 모두가 힘을 보탰다. 대회 성공→도시 이미지 고양→도시 발전을 이루기 위해 두터운 애향심을 발휘한 것이다.
삼성라이온즈 등 지역 연고 프로구단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애향심의 발로로 해석할 수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대구은행, 대구백화점, 금복주 등과 같은 기업들에 대해 대구시민들이 갖는 깊은 사랑도 애향심에 기인한다는 풀이가 많다.
앞으로의 과제는 대구 시민들이 가진 강한 애향심을 도시 발전을 위한 긍정적 에너지로 계속 결집하고, 승화하느냐 하는 것이다. 애향심은 자칫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배타주의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이를 잘 해결하고 지역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열기를 도시 발전의 기폭제로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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