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길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동화사 성문 주지스님 방문

입력 2013-05-08 10:13:01

종교간 소통 보여준 훈훈한 만남

7일 부처님 오신 날을 경축하기 위해 팔공산 동화사를 방문한 천주교 대구대교구장인 조환길 대주교가 성문 주지 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성일권기자
7일 부처님 오신 날을 경축하기 위해 팔공산 동화사를 방문한 천주교 대구대교구장인 조환길 대주교가 성문 주지 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성일권기자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7일 오전 예정대로 동화사를 찾았다. 동화사 성문 주지 스님은 이달 4일 기자와 만나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조환길 대주교께서 동화사를 찾는다고 하니, 설레고 기다려진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성탄절을 앞두고 성문 주지 스님 일행이 축하 화환을 들고 대구 남산동의 대구대교구청을 방문해준 데 대한 답방 형식이다. 서로 의무적으로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만남 그 자체를 중시한다. 그 때문에 해마다 지역 종교계의 두 어른이 만나는 자리는 화기애애하고 이야기꽃이 활짝 핀다.

이번 방문에는 조환길 대주교를 비롯해 이용길 총대리 신부, 박석재 사무처장 신부, 김종해 평신도협의회장 등 7명이 함께했다. 동화사에서는 성문 주지 스님을 비롯해 부주지 지거 스님(용천사 주지), 총무국장 원광 스님, 기획국장 연암 스님, 사서국장 지행 스님, 사회국장 효신 스님 등이 반갑게 손님을 맞았다. 류병선 조계종 제9교구 신도회장, 한삼화 동화사 신도회장, 정순천 대구시의원도 이 자리에 동석해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했다.

조 대주교는 "초파일이 5월인데. 계절의 여왕이라 날씨가 가장 좋을 때"라며 "천주교도 5월이 성모성월이라고 해서 성모님께 바치는 달로 한달 동안 순회하며 행사를 합니다"고 운을 떼자, 성문 주지 스님은 "천주교도 특별한 달이네요. 축하합니다"라고 화답했다. 그러자 조 대주교는 "5월은 아름다운 달"이라고 말했고, 이 순간 모든 참석자들은 환하게 웃었다.

이어 성문 주지 스님은 조 대주교를 비롯한 일행들에게 "늘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대구를 부러워합니다"고 말했고, 조 대주교는 동화사가 지난해 팔공총림으로 지정된 데 대해 축하 인사를 했다.

천주교와 불교 모두 성직자가 크게 줄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조 대주교가 "절에서는 너무 이른 새벽(오전 4시) 예불을 드리니, 젊은 행자들이 힘들어 할 것 같다"고 하자, 동화사 일부 스님들이 성문 주지 스님을 향해 "우리도 천주교처럼 아침 6시에 기상하면 어떨까요?"라고 말해, 또 한 번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연등을 다는 별도 행사도 있었다. 류병선 신도회장이 조 대주교에게 동화사에 연등을 달아줄 것을 요청했고, 조 대주교는 흔쾌히 수락했다. 한삼화 신도회장은 "두 분의 만남이 종교간 화합과 우리 사회의 화합에 큰 역할을 하며 보기만 해도 온기가 넘친다"고 했다.

이날 조환길 대주교는 성문 주지 스님에게 대구대교구 100주년 화보집을 선물로 전달했고, 성문 주지 스님은 조 대주교에게 동화사에서 출토된 유물을 복원한 모형(소를 타고 가는 동자승의 모습)을 선물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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