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첫 대면장 마케팅 핵심…화려한 메이크업에 'IT' 치장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소비자와 첫 대면장이자 아파트 마케팅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온갖 마케팅 기법을 모두 동원해 고객의 마음을 훔친다. 하지만 처음 모델하우스는 마케팅의 집합소인 지금과 사뭇 달랐다.
◆모델하우스의 역사
국내에 모델하우스가 첫선을 보인 것은 1971년.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분양되면서다. 대구 역시 1970년대 후반부터 모델하우스 시대가 열렸다.
업계는 옛 ㄱ 주택이 모델하우스를 처음 도입했다고 보고 있다. 이어 이 회사가 부도가 나고 청구, 우방이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모델하우스가 등장했다. 초기 모델하우스는 단순히 견본주택 기능을 수행하는데 그쳤다.
현황판과 모형도만 전시됐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아파트 인기가 높아지자 모델하우스가 '화장'을 시작했다. 지어질 집 내부와 똑같은 공간에 인테리어가 도입됐다.
모델하우스는 1990년 중반부터 또 한번 변모한다. 건설사마다 모델하우스에서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행사를 벌였다. 이 때부터 모델하우스가 아파트의 대표적 마케팅 수단으로 위상을 굳히기 시작한다.
특히 1990년대 말부터 아파트 분양가가 자율화되고 고급화 경쟁이 불붙으면서 모델하우스는 화려한 치장을 한다. 첨단 전자제품과 고급 가구업체들이 신상품을 선보이는 경연장이 됐으며 최고급 외제 승용차가 경품으로 내걸린다. 이와 함께 부동산 강좌, 육아 교실, 벼룩시장을 열고, 불우이웃 돕기 행사 등을 주관하며 지역 커뮤니티의 활동 공간으로 영역을 넓힌다.
요즘은 IT를 가미한 행사가 느는 추세다. 지난달 26일 오픈한 '수성 롯데캐슬 더퍼스트' 모델하우스 역시 마케팅이 총동원 됐다. 방문객의 시선이 집중되는 곳곳에 각종 홍보물을 배치했고 직접적인 판촉활동 뿐만 아니라 모델하우스에 키즈카페 공간, 자녀안심도우미, 커피전문점 등 감성 서비스를 도입했다. 명품백도 경품으로 나왔다.
롯데건설 마케팅 부문장 오경수 상무는 "모델하우스는 통상 3~4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쳐 수차례 내외부 품평회 과정을 거친다"면서 "고객들께서 모델하우스에 들어서는 순간 부터 관람을 마치고 문을 나설때까지 상황별 음악선곡에서부터 홍보물게시, 관람동선, 상담석 배치까지 세심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델하우스의 경제학
모델하우스의 생명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수 년이다. 모델하우스를 짓는 데 필요한 땅은 대략 1천650㎡∼1천980㎡(500~600평) 정도다. 주차공간까지 더하면 3천300㎡(1천평) 정도는 확보해야 한다.
건설비용은 20여 억원 안팎이다. 여기에는 부지임대료와 가구, 인테리어 비용이 포함됐다. 최근 모델하우스가 고급화되면서 건설비용은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모델하우스는 건설비용만 100억 원대를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델하우스 하나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수십 명에 이른다. 건설사 직원과 분양대행사 직원, 도우미, 전화상담원, 주부 모니터요원에 이르기까지 고용 스펙트럼이 폭넓다.
분양사 관계자는 "모델하우스의 꽃으로 불리는 도우미의 하루 일당은 요즘 기준으로 10만∼15만 원"이라고 귀띔했다.
모델하우스 화려함뒤의 '속살'도 잘 살펴봐야 한다. 가구와 가전제품, 마감재는 대부분 분양가에서 빠져 있다. 돈을 내고 설치해야 하는 선택 품목인지, 분양가에 포함되는 것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모델하우스는 넓어 보이도록 착시현상을 유도하기도 한다. 바닥재를 거실과 통일하고, 조명을 최대한 밝혀 천장을 실제보다 높이기도 한다. 또 길이를 줄인 침대를 쓰고 과거엔 거실에 자리해야 할 소파를 베란다에 내놓기도 했다. 따라서 실제 길이를 알려면 줄자를 이용하거나 발걸음으로 재봐야 한다.
모델하우스를 꽉 메운 인파를 믿고 인기 아파트로 착각해서도 안 된다. 사은품이나 안내 책자를 한 군데에서만 나눠주고 1층 홀을 작게 만들어 항상 실내가 붐비도록 연출한다. 경품 추첨 등 각종 이벤트 때문에 방문한 사람도 많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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