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자전거·의자… 예술로 태어나다

입력 2013-05-07 07:17:02

대구문예회관 '착한 디자인 공작소'전

버려진 자전거 100대를 천장에 매달아 놓은 설치작품
버려진 자전거 100대를 천장에 매달아 놓은 설치작품

'사회적 디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흥미로운 전시가 열린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선보이는 '착한 디자인 공작소'전이 6월 8일까지 1~3전시실에서 열린다.

1전시실로 들어서면 폐자전거로 만든 손파의 전시작품이 눈에 띈다. 자전거 100대를 천장에 매달아 놓은 이 설치작품은 어린이 자전거, 어른 자전거 할 것 없이 소중한 추억들이 담겼지만, 이제는 버려진 자전거로 만든 것이다. 자전거는 '리사이클'을 상징하면서 2전시장으로 이어진다.

오창민 작가는 가로수 가지치기를 하고 버려진 나뭇가지들을 설치작품으로 만든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면 담아주는 비닐봉지도 작품으로 설치해 현란한 색깔과 함께 심오한 의미도 담겨 있다.

버려진 나무의자 50개를 모아 새롭게 디자인하니, 멋진 벤치로 거듭난다. 강형구 작가의 작품이다. 이처럼 디자인은 '아름답고 예쁜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회용 테이크아웃 커피 컵을 활용한 디자인도 재미있다. 컵을 꽃병처럼 꽂을 수 있도록 고안한 받침대, 필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 등 컵 하나에서도 다양한 디자인이 등장한다. 김윤희 계명대 산업디자인과 교수의 작품이다.

이처럼 버려지는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또 힘이 느껴지는 것이 디자인의 힘이다.

2전시실에는 구체적으로 사회적 디자인의 개념을 도입한 상품들을 전시하고, 디자인을 설명한다. 하나를 사면 하나가 기부되는 탐스 슈즈, 트럭의 버려진 방수천과 안전벨트로 만든 프라이탁 가방, 90% 재활용 종이로 만든 생수병, 폐타이어로 만든 마사이족 고무신발인 폐타이어 슬리퍼 등 착한 디자인은 환경을 생각하고 소외된 이웃을 도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이다. 아프리카 주민들이 물을 구하는데 용이하도록 개발한 물통 디자인, 잘 곳이 없는 이들을 위한 골판지 침대, 99.9% 정수효과가 있는 생명을 구하는 빨대 등은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한편, 전시장에는 섬유 자투리 원단을 활용한 디자인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구경북디자인센터의 '더나누기' 상품이 전시, 판매된다. 3전시실에는 폐현수막을 재활용한 에코 가방 제작, 쓰다가 만 공책으로 나만의 노트 만들기, 자투리 천으로 액세서리 만들기 등의 체험 행사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임헌우 계명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박병철 대구예술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대구시각디자이너협회 등이 재능기부 형태로 참가했다.

박민영 대구문화예술회관 학예연구사는 "디자인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라면서 "버려진 자원을 활용한 디자인과 그 제작과정을 살펴봄으로써 디자인의 생성과정을 이해하고 윤리적 디자인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보호해야 할 것은 환경뿐만 아니라 소외된 90%의 사람들'이라는 문구가 의미심장하다. 053)606-6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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