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통해 급속 사업 확장, 인수기업 적자로 재정 악화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셀러리맨의 신화에서 그룹 좌초의 책임자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TX그룹 지원을 위해 채권단이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적용됐던 방식의 자금 지원과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강 회장에게 모든 지분 포기와 경영권 위임 약속을 받고, 전체적인 지원 규모 등을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도 최근 채권단에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한동안 '대한민국 샐러리맨의 신화'로 평가받았다. 1973년 쌍용양회에서 평사원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그는 28년 만인 2001년 자신이 재무책임자(CFO)로 있던 쌍용중공업을 전격 인수했다. 그룹 설립 첫해인 2001년 5천억 원도 되지 않던 매출액은 강 회장에 의해 지난해 18조8천300여억원으로 20배 가까이 성장했다.
강 회장의 추락은 무리한 기업인수합병(M&A)과 조직의 수직계열 구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M&A와 관련 STX는 자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한 다음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켜 수익을 내 빌린 자금을 갚아나가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2000년 태동한 STX그룹은 같은 해 법정관리 중이던 대동조선(현 STX조선)을 시작으로 2002년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 2004년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차례로 인수했다. 당시 대동조선과 범양상선의 인수 자금은 각각 1천억원과 4천억원에 달했다.
STX는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인수 기업의 지분 일부를 다른 투자자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을 충당했다. 이후 인수 기업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새로운 기업을 인수하는 공격적 투자를 계속한 것이다. 2008년까지는 이 같은 방식이 큰 문제없었으나 이후에는 달랐다. 세계 금융 위기가 터지며 인수한 기업들의 수익성이 동반 하락하면서 기업의 재무 상태가 나빠진 것이다.
조직의 수직계열 구조도 문제를 키웠다. STX그룹은 설립 이후 '조선 기자재와 엔진 제조→선박 건조→해상 운송'으로 사업 구조를 특화했다. 조선과 해양업이 중심이 된 수직구조였다. 이 같은 구조는 2000년대 중반 세계 조선'해양업이 초호황기였을 때는 호재였다. 하지만 불황에선 걷잡을 수 없는 리스크로 돌아왔다.
조선과 해운은 경기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으로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같아 위험 회피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교역 물동량이 줄면서 해운업이 망가지기 시작했고, 그룹 전체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의 수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어 선박 발주량이 줄면서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렸다. STX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18조8천300여억원에 달했지만, STX조선해양(6천300억원 손실)과 STX팬오션(4천500억원 손실)이 막대한 적자를 기록해 결국 그룹 전체로 1조4천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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