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철도 3호선 감사결과 논란] "모노레일 차량 규격·공급 전압 日 H사에 유리하게

감사원 지적에 궁금증 증폭…대구시 "모든 업체 동등 기회"

1일 대구시의회에서 권기일(오른쪽) 경제교통위원장이 대구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건설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추궁하자 안용모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 본부장이 해명을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차량 선정 과정에서 특정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의혹이 있다는 감사원 지적(본지 4월 30일 자 1면, 5월 1일 자 1'3면 보도)에 대해 대구시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특정업체' 선정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문제의 특정업체는 일본 H사. 감사원은 모노레일 차량 제작 규격을 부적정하게 제한해 결국 H사에 특혜가 돌아간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대구시는 모든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별도 명시했다며 정면 반박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9일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가 H사의 낙찰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도시철도건설본부는 차량 제작 규격서에 차량 운행 조건으로 주행 빔 규격을 폭 850× 높이 1천600㎜로 규정했고 가선공칭전압을(차량에 공급하는 전류의 전압) 1천500V로 정해놓는 등 H사가 주로 생산하는 방식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그 결과 H사가 단독 입찰해 낙찰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시는 조달청에 발주를 의뢰할 때 차량 운행 조건을 명확히 명시해야 해 특정업체의 표본을 제시한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감사원이 끝까지 문제 삼았던 '주행 빔 규격을 폭 850× 높이 1천600㎜, 가선공칭전압 1천500V DC'라는 조건의 경우 입찰 참여자가 언제든 바꿀 수 있도록 명시해뒀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7년 당시 대구시의 차량 제작 규격서에는 '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차량은 제작사별로 시스템 구성이 상이하기 때문에 입찰자는 이 규격서에 의해 응찰하는 것과 별도로 기술 규격의 차량 규격, 시스템 구성, 용량, 규격(사양) 등에 대해 대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회사 사정에 맞게 주행 빔 규격 등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H사만이 생산할 수 있는 차량 운행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에 특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노레일 차량으로 발주하게 되면 H사 차량으로 정해질 것이 유력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차량 제작 규격서에 H사 차량에만 적용되는 특수 규격을 적용해 다른 모노레일 차량 제작 업체가 사실상 입찰에 참가조차 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른 업체가 입찰에 참가할 경우에는 대안을 제출하도록 해 사실상 다른 업체의 입찰을 방해했다는 지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가선공칭전압 1천500V DC의 조건은 반드시 만족하도록 해 사실상 H사 차량 이외 다른 업체 차량은 입찰에 참가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했다. 경쟁업체들의 경우 가선공칭전압 750V DC를 사용하는 차량을 주로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대중교통용 모노레일은 H사가 가장 많이 공급했기 때문에 오해를 산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H사가 공급한 차량 중에는 750V DC로 운행되는 차량도 있는 등 반박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H사가 도쿄에 공급한 차량의 경우 750V DC로 운영되고 있고, 일반 철도 차량 공급 실적이 많은 경쟁업체 B사의 경우 1천500V DC로 운영되는 차량 공급 실적이 많다는 것이다.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가선공칭전압 1천500V DC로 운영해야 변전소 수를 줄일 수 있다. 변전소 수가 늘어나면 정거장 규모가 커져 시민들의 조망권 등 피해가 늘어난다. 건설비용도 더 많이 들어간다. 합리적인 방안을 찾은 것이라고 본다"며 "H사 이외의 업체도 가선공칭전압 1천500V DC로 운영되는 차량을 생산할 수 있다. 감사원의 지적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