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프로의 세계였지만, 친구는 친구였다.'
1970년대 말 대구 청구고를 전국 최강의 축구팀으로 이끌었던 고교 동기 대구FC 백종철, 제주 유나이티드 박경훈 감독이 2013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서 첫 대면했다.
27일 오후 3시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날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경기에서 1대1로 비겨 사이좋게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진 두 감독은 프로라는 비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경쟁했지만,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은 경기 후 "오랜 친구인 백 감독이 데뷔전을 가졌고 대구FC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우리 역시 상위권으로 올라서려면 승리가 절실했고, 최선을 다했다. 경기 시작부터 '베스트 11'을 가동했다"며 "객관적으로 어웨이에서 이겨야 할 상대였지만 대구가 경기를 잘했다. 대구의 공격은 위협적이었고 수비도 안정됐다"고 했다.
이어 박 감독은 "백 감독이 며칠 만에 팀을 짜임새 있게 만들었다"며 "대구는 그동안 경기를 못한 게 아니라 운이 없었다. 선수단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좋은 만큼 앞으로 치고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날 전반 먼저 실점하고도 승부를 무승부로 이끈 백 감독은 "긴장하지 않으려 했는데, 부담감이 컸다"며 "박 감독과 서로 최선을 다하자고 얘기했는데, 친구가 좀 봐 준 것 같다. 경기 후 악수하면서 '고맙다'고 했다"고 밝혔다.
백 감독은 또 "우리 선수들을 과소평가한 면이 있다. 전반 수비에 중점을 두고 역습을 노렸는데, 최전방공격수 아사모아가 고립되면서 득점하지 못했고 오히려 수비 조직력이 무너지면서 한 골을 내줬다"며 "하프타임 때 후반에는 공격적으로 해보자고 주문했는데, 잘 먹혔다"고 했다. 덧붙여 백 감독은 "앞선 경기에서는 실점 후 허물어졌는데, 오늘은 후반 동점 골을 뽑아내며 경기를 지배했다. 이기는 경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빨리 찾아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선보이겠다"며 성원을 부탁했다.
이날 아사모아는 대구 유니폼을 입고 첫 골을 신고했다. 아사모아는 0대1(제주 전반 37분 마라냥 득점)로 끌려가던 후반 20분 상대 골 지역 왼쪽에서 한승엽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를 제치고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대구에는 천금 같은 동점골로, 대구는 무려 7경기 만에 득점(상대 자책골 제외)에 성공했다. 대구는 슈팅수에서 9대6, 유효 슛에서 3대2로 모두 앞섰다. 올 시즌 울산과의 개막전에서 첫 골을 신고한 한승엽은 첫 도움을 신고했다.
이로써 대구는 최근 4경기 연속 패배에서 벗어나며 4무5패(승점 4)를 기록했다. 8라운드에서 꼴찌로 추락한 대구는 한 경기 만에 다시 강원을 골득실차로 제치고 13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한편, 포항 스틸러스는 27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9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대1로 비겼다. 포항은 9경기 연속 무패(5승4무'승점19) 행진하며 선두를 지켰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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