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박진성 역 김범

입력 2013-04-25 14:00:35

전역 복귀 조인성 존재감에 놀라…군 입대 부담 없어졌어요

배우 김범(24)은 포커스가 다른 이들에게 맞춰진 걸 개의치 않아 했다. 조금은 안타까워할 만도 한데 "한 번도 아쉽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시청자들이 자신과 파트너 정은지를 두고 "(톡 쏘는 매력을 준) '탄산 커플'이라고 얘기하며 좋아해 준 게 정말 기뻤다"고 만족해했다.

김범은 최근 SBS TV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의리에 죽고 사는 박진성을 맡아 조인성, 송혜교 등과 함께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그는 오영(송혜교)과 오수(조인성) 중심이었던 드라마 전개에 별 신경을 쓰지 않으며 "(정)은지가 연기한 희선이라는 캐릭터와의 멜로에서 큰 역할 중 하나는 무거운 드라마 분위기에 숨 돌릴 타이밍을 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수, 영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아야 했다. 김범은 조인성과 송혜교 커플을 보며 "정말 균형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두 분을 보며 저도 언젠간 호흡이 잘 맞는 배우와 멜로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아직 자신 없는 게 멜로지만,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언젠가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현실에서도 가슴 아픈 사랑과 후회 없는 사랑, 또 후회되는 사랑 등을 해보긴 했지만 사랑과 연애의 감정을 연기로 풀어내는 건 아직은 어려운 것 같아요."

★혜교 누나 정말 예뻐, 나도 몰래 감탄사

이야기를 꺼낸 김에 김범의 연애와 사랑을 물었다. "지금은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한 그는 "그동안 연애를 했을 때는 연상과 잘 맞았던 것 같다"며 "내 나이 또래와는 얘기가 안 통한다는 느낌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일하고, 또 가장이자 장남이라서 그런지 어떤 책임감을 느끼나 보다"라고 회상했다.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를 하면서 사랑에 빠지면 나이가 중요하지 않고, 국적도 상관없다는 걸 느꼈어요. 얼마나 나와 얘기가 잘 통하느냐, 공감대가 형성이 잘 되느냐가 중요한 거죠. 저도 물론 외모를 굉장히 많이 보는 편이지만(웃음) 그것보다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 같아요."

김범은 이번 드라마를 "예상치 못한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에서 노희경 작가, 김규태 PD와 호흡을 맞춘 데 이어 또 한 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함께했다. "다시 저를 불러주신 건 믿음이셨던 것 같아요. 작가님이 '범이가 진성 역할에 들어와 준다면 고마울 것 같다'고 하셨어요. 다시 함께할 수 있게 돼 제가 오히려 감사한 데 고맙다고 하시니 정말 기분 좋고 기뻤죠. 또 불러주실지 생각하지 못했거든요."(웃음)

그는 또 "인성이 형, 혜교 누나, 은지 등과 작업할 수 있어 무척 좋았다"며 "촬영장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중에도 잊히지 않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부심을 느꼈다. 이번 드라마를 하며 가장 좋은 것이 "정말 소중한 사람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이란다. 또 "진성이라는 캐릭터가 완벽히 만들어지기 전 드라마에 합류, 수를 향해 의리를 지키는 진성이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돼 좋았다"고 웃었다.

극 중에서는 정은지와 커플이었지만, 현실에서는 조인성의 파트너 미모에 더 빠진 듯하다. 그는 "혜교 누나는 말 안 해도 정말 아름답다"며 "모니터로 보고 있을 때 '정말 예쁘다'는 말을 나도 모르게 밖으로 내뱉고 있더라"로 회상했다. 물론 "은지는 처음 만났을 때 '탄산 커플'이라는 별명에 정말 잘 어울리는 친구라서 무척 기뻤다. 정말 똑똑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라 희선이가 가진 감정을 잘 이해하더라"고 자신의 파트너 칭찬도 잊지 않았다.

무척이나 좋아 헤어지기 싫어서였을까. 출연진 모두가 다 같이 모여 마지막 회 방송을 봤을 때,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눈물이 났는데 안 운 척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끝나고 나서 조인성 선배가 안아주면서 '잘했어. 고생했어. 진성아!'라고 말하니 참았던 눈물이 왈칵 떨어지더라고요. 아마 제가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을 거예요."

그는 눈물의 의미를 "진성을 향한 미안함"이라고 정의했다. "'빠담빠담' 때 제가 맡은 국수는 천사이기도 하고, 인간이기도 했어요. 어려워서 캐릭터 연구를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적어도 인간이기 때문에 쉬울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이번 드라마가 어려운 작품이잖아요. 각자가 이중적인 감정을 가진 캐릭터였으니까요. 초반부에 혼란스러워서 놓친 게 많아 연기를 잘 못한 것 같아 진성이에게 미안해요."

★서극 감독이 제의로 찍은 영화 곧 소개

김범은 조만간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인 군 복무를 해야 한다. 그는 "군대를 가야 하는 시간이 길어야 1년 정도 남은 것 같다"며 "'빠담빠담' 이후로 이제 막 배우에 대해 뭔가를 알게 된 것 같은데 아쉬운 마음이 있긴 하다"고 했다. 하지만 "의무니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금 가도 조금 늦긴 했지만 시간이 아까울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한다. 가서 배울 게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선배 조인성의 케이스도 모범이 됐다. 늦게 군대에 간 조인성은 전역 복귀 작품인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 때문에 군 복무에 대해 전혀 거부감을 들지 않게 해줬다. 그는 "'빠담빠담'이 안겨준 게 많다. 여유로움이 생긴 것 같다. 1년 동안 4개 작품을 했지만 내 안의 것들이 고갈되는 느낌이 아니라 에너지를 얻어가는 느낌"이라며 "아직도 힘이 넘친다. 4년 전쯤 시상식에서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앞으로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그에게 또 다른 세상을 알게 해준 작품도 곧 소개된다. 어렸을 때 즐겨 보던 영화의 연출가인 서극 감독과 함께한 '적인걸 프리퀄'이다. "같이 작업하자는 얘기를 듣고 '서극 감독님이 날 어떻게 알지?'하며 신기해했었어요. 중국어가 능숙하지 않고, 준비가 안 돼 걱정이었지만 '또 언제 작업하겠어?'라는 마음에 넘어갔죠. 도인 같은 모습이었던 감독님에 놀랐지만, 인간적인 면모도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이번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경험을 쌓고 많은 걸 배워 좋은 배우가 된 다음에 또 한 번 이들과 만나길 기약하고 싶네요."(웃음)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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