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캠핑카페 정기행사

입력 2013-04-25 14:05:52

3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는 '설(雪)캠'의 행운

4월. 캠퍼들도 서서히 활동할 시기다.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 캠핑 족의 마음도 활짝 핀 것이다. 겨울 동안 묵혀 두었던 장비들을 챙기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지난해 캠핑을 좋아하는 지인 몇 사람과 대구경북을 대표할 수 있는 캠핑 카페를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해서 시작된 '대출대도'(대구 출발 대구 도착)가 불과 1년 사이에 많은 회원을 거느린 모임으로 성장했다.

지난주에 올 들어 두 번째 정기캠핑을 가졌다. 이번에는 50여 팀, 200여 명이 모였다. 캠핑은 청송 청운교 하천에서 이루어졌다. 청송은 캠핑 관련 행사들이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중평솔밭공원과 사과공원, 청운교 하천 등 캠핑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많다.

그리고 주왕산국립공원과 주산지, 달기약수터, 고택마을, 얼음골 등 주변 관광지도 널려 있다. 캠핑과 체험활동을 함께할 수 있어 찾는 사람이 많다.

2박 3일 일정으로 시작된 캠핑에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날씨였다. 비가 내리는 건 괜찮지만, 제일 우려되는 것이 바람. 텐트와 타프를 치고 생활해야 하므로 바람이 심한 경우 철수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람으로 텐트 폴대가 부러지고 순간 돌풍에 빠진 팩이 스트링에 매달려 하늘을 날아다니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다행히 첫날 약간의 바람만 있었을 뿐 행사기간 동안 바람은 잠잠했다. 이번에는 날씨가 행사 일부분처럼 극적인 이벤트를 선사해주었다. 둘째 날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텐트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운치를 더해 주었다. 오후부터는 비가 눈으로 바뀌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4월 중순에 이렇게 함박눈을 맞으며 '설(雪)캠'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자연의 선물이었다. 캠퍼들 사이에는 설캠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받을 수 있는 선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 행운이 정기캠핑 기간에 일어난 것이다. 함박눈은 그 어떤 이벤트나 행사보다도 좋은 추억이 되었다.

오후 늦게 눈이 그쳤다. 어둠이 내리자 화로대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화로대 주변으로 각자의 테이블과 의자가 놓였다. 카페 활동을 통해 온라인으로만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캠핑이라는 공통 화제가 있어 금세 분위기는 무르익어 갔다. 자연에서 조용히 분위기를 느끼며 힐링을 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캠우(友)들과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나누는 술잔이 그리울 때도 있다.

3일째 되는 날이 밝았다. 아이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새롭게 사귄 친구들을 찾아다녔다. 같이 놀기 위해서다. 이렇게 캠핑을 하면 금방 친구가 된다. 주말과 휴일 집에 있으면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시간을 보내지만, 이곳에서는 강가에서 물수제비를 뜨면서 물놀이를 하는가 하면 흙장난을 치기도 한다. 편을 나눠 공놀이하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아침 식사 후 마지막 행사를 했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무사히 정기캠핑을 마쳤다는 안도감과 함께 아쉬움이 밀려왔다. 어느 캠우가 '캠핑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했다. 텐트 안에서 깨어났을 때 아침이 주는 상쾌함을 좋아하는 분, 오후 햇살을 받으며 릴렉스체어에 앉아 사색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도 있었다. 또 별을 헤면서 술 한잔 기울이는 밤이 좋다는 분도 있었다.

캠우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것이 있었다. 캠핑 마지막 날 짐을 챙겨 다시 돌아가야 하는 아쉬움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기에 아쉽지만 즐겁게 캠우를 떠나보냈다.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손명수(네이버카페 '대출대도'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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