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원시의 땅' 30여년 목숨 걸고 누벼
대구 성광고등학교 영어교사 유영모 씨. 그는 방학 때만 되면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린다. 그것도 일반인들이 잘 가지 않는 오지로. 30여 년 동안 지구촌 오지 곳곳을 목숨을 내걸고 다니고 있다. 그래서 다녀온 나라만도 100여 개국. 한 번 떠나면 보통 20~30일 일정으로 나라를 훑고 돌아온다. 오지(奧地)는 순수하다. 아름답다. 그리고 그곳에는 친절한 사람들이 산다. 오지여행가 유영모 씨에게는 그렇다. 그는 평범한 여행은 싫다며 나만의 오지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유 씨의 오지여행 프로필은 화려하다. 중국'라오스'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와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인도'스리랑카'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터키와 이란'이스라엘 등 서남아시아 등 아시아 39개국을 다녀왔다. 또 아일랜드와 스페인'크로아티아'키프로스'몰타'지브롤터'헝가리'노르웨이 등 유럽 35개국, 호주와 피지'퉁가 등 오세아니아'대양주 4개국도 둘러봤다. 미국과 멕시코 등 북미 4개국, 콜롬비아'페루'브라질'우루과이 등 남미 9개국, 이집트'알제리'에티오피아'우간다'남아공'짐바브웨'마다가스카르 등 아프리카 14개국도 다녀왔다.
그의 오지여행 하이라이트는 우리가 잘 듣도 보도 못한 나라. 그중에서도 티베트와 네팔 지역 여행을 백미로 꼽았다. 특히 티베트는 지구의 고원답게 갈 때마다 새로운 매력에 푹 빠져든다고 했다. 그는 다시 가보고 싶은 곳도 주저 없이 티베트를 첫손가락에 꼽는다.
"티베트는 히말라야의 높은 산들과 울창한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어 문명사회에 살면서 결코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을 조용히 일깨워주는 '위대한 스승'입니다."
유 씨는 고산지대인 티베트는 외부와의 접촉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영성이 풍부한 신앙의 땅이라고 했다. 순백의 영혼이 살아 숨 쉬는 곳이라고 했다.
"속세에서 벗어나 위대한 자연 앞에 서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깨닫게 됩니다. 겸손함을 절실하게 배울 수 있는 곳이지요." 그러면서 "'그곳'에 가면 인류의 원초적인 삶의 원형을 볼 수 있고 직접 체험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0년 초에 갔다 온 티베트 라싸에서 네팔로 넘어오는 트레킹을 소개했다. "해발 5,000m 높이의 히말라야였어요. 8월이었는데도 추웠습니다. 되돌아보니 구름 속에서 수백 개의 폭포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어요. 아직도 그 광경이 잊히지 않아요."
또 하나 잊히지 않는 곳은 남미 대륙 밑 '우수아이아'와 네팔 치트완 국립공원. '세상 끝마을'이라 불리는 우수아이아섬은 남극대륙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고, 슬픈 기억을 다 묻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가장 원초적인 것들만 남은 땅. 그곳에서 인간은 자연을 넘어서지 못해요. 인간의 의지보다 자연의 힘이 압도적인 곳이니까요. 그곳의 대지와 하늘과 바람, 비와 구름은 인간의 계획을 비웃고 흩트려 놓아요. 인간의 개입이 최소로 남은 곳들. 그런 곳입니다."
히말라야 산맥 아래에 있는 치트완은 네팔의 국립공원. 유 씨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에 가봤다고 했다.
"초기 정착민 타루족의 사는 모습이 나를 100년 전으로 돌려놨어요. 공작새가 날아오르고 원숭이가 강가에서 물을 마시고…. 호랑이도 봤어요." 자연과 구분 없이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유 씨는 무슬림은 어느 종교인보다 친절하다고 했다. 먼저 손을 내밀고, 재워주고 먹여주는 등 먼저 친절을 베푼다고 했다.
"2010년 북아프리카 아랍국가에 확대된 이른바 '재스민 혁명' 당시.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 있었는데, 계엄령이 내려져 리비아로 가는 교통수단이 없었어요. 호텔 지배인이 어렵게 차를 구해 공항까지 데려다 줬어요. 오후 8시가 통금이었는데, 돌아갈 시간이 부족했는데도 말이에요. 너무 고마웠습니다."
유 씨는 영어 교사지만 가끔 언어 장벽에 부딪히기도 했다고 했다. "대부분 영어로 하면 통하지요. 하지만 영어가 잘 되지 않는 곳은 만국공통어로 하면 소통할 수 있어요. 손짓, 발짓을 모두 동원하는 보디랭귀지 외에 그림을 그리는 방법으로 극복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혼자 훌쩍 떠나는 자신을 이해해 주는 아내가 고맙다고 했다. 함께 떠난 적도 있다고 했다. "크레타섬에 갔는데, 성수기라 숙박할 데가 없었어요. 공원에서 신문지 깔고 잤어요. 그 후로는 혼자 다닌다"고 했다.
유 씨는 여행에서 돌아오면 글을 쓴다. 수필가인 그는 몇 년 전에 여행수필집 '유리병 속의 시간들'을 펴내기도 했다. 앞으로 브라질 아마존과 아프리카 콩고 등 적도 지역을 여행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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