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학생들 "대구 골목투어 좋아요"

입력 2013-04-22 12:04:09

주말 4개학교 70명 탐방

"계산성당." 20일 대구 중구 계산성당 앞마당에 명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껏 들뜬 목소리의 주인공은 특수학교인 대구성보학교 학생들. 김경화 골목투어 해설사가 "이곳이 어디냐"고 묻자 학생들은 입을 모아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날 성보학교 학생 9명은 100년 전 대구 도심으로 떠나는 골목 탐방에 나섰다. 이른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린 봄비에 날씨는 다소 쌀쌀했지만,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심 탐방 삼매경에 푹 빠져들었다.

20일 제33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대구 남양'성보'보명'영화 등 4개 특수학교 학생 70여 명이 '대구 도심 역사'문화 골목투어 토요일 체험학습'에 참여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가율은 80%가 훌쩍 넘었다. 높은 참가율만큼 체험학습 내내 학생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해설사의 설명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앞자리로 옮겨 귀를 쫑긋 세운 채 듣는가 하면, 해설사의 설명을 씩씩한 목소리로 따라 말하기도 했다. 해설사가 퀴즈를 낼 때면 번쩍 손을 들고 대답을 하거나 친구가 정답을 맞히면 다른 친구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체험학습에 동행한 학부모와 선생님이 몰래 정답을 귀띔해주다 들켜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생애 첫 대구 도심 탐방에 나선 학생들은 체험학습 내내 탄성을 질렀다. 이날 성보학교 학생들은 계산성당과 매일신문사 신문전시관, 이상화'서상돈 고택, 약령시한의약박물관, 국채보상운동기념관을 둘러봤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은 김동환(18'대구 동구 신암동) 군은 체험학습을 오기 전 인터넷을 통해 체험학습 장소에 대한 예비 학습도 했다며 자랑했다. 김 군은 "이상화'서상돈 고택이 기억에 남는다"며 "인터넷에서 봤던 독립운동가 서상돈 선생님이 살던 옛집을 직접 와보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차범국(14'대구 수성구 신매동) 군은 '매일신문사 신문전시관'을 인상 깊었던 장소로 꼽았다. 차 군은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옛날 신문과 외국의 신문을 구경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고 했다.

모처럼 아이들과 대구 도심 나들이 길에 오른 어머니와 선생님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폈다. 학부모 송은경(45'여'대구 동구 입석동) 씨는 "골목투어에 대해 항상 궁금했지만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쉽게 가지 못했다"며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곁들여 도심을 둘러보니 대구가 예전과 다르게 보인다"고 놀라워했다. 임용태 성보학교 체험학습 부장은 "도심 탐방은 안전 문제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며 "이번 체험학습을 통해 학생들에게 도심 구석구석을 거닐어 보는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준 것 같아 기쁘다"고 전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도 이날 체험학습에 일일 해설사로 참여해 동산의료원 내 청라언덕, 선교사 주택 등에서 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우 교육감은 "이전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체험학습의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올해부터는 장애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오늘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도 대구 도심 탐방의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사진설명. 제33회 장애인의 날을 맞은 20일 대구 도심 역사'문화 골목투어 토요일 체험학습에 참여한 대구성보학교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골목투어 해설사 설명을 들으며 이상화 고택을 탐방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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