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분석 프로그램 없어 첨단장비들 무용지물로
지난해 말부터 이달 초까지 차례대로 대구 시내버스에 장착된 디지털 차량운행기록기(DTG'Digital Tacograph), 일명 '시내버스용 블랙박스'가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내버스 업체들이 전반적인 운행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장착한 차량운행기록기의 작동 방법을 몰라 좌충우돌하고 있는 것.
17일 오후 대구에서는 시내버스 타이어가 잇따라 터져 시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러나 해당 버스업체는 차량운행기록기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운행기록기는 정부가 주도해 시내버스, 전세버스, 택시, 화물차량 등에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한 차량용 블랙박스로 차량의 운행 속도, 브레이크 제동 횟수 등이 1초 단위로 기록되는 장치다. 차량운행기록기에 담긴 운행 기록을 분석하면 타이어 펑크의 원인을 보다 명확하게 추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업체들은 타이어 펑크 사고 이틀이 지나도록 원인 규명을 하지 않았다. 차량운행기록기의 자료를 확인해보라는 대구시의 독촉을 받고서야 버스업체들은 회사에서 분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결국 차량운행기록기에 담긴 기록을 업체에서 볼 수 없어 19일 교통안전공단에 분석을 의뢰해야 했다.
한 시내버스 기사는 "기사들은 사용방법을 전혀 모른다. 기사들이 운전하는 습관을 개선해 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며 "회사에서 운행 기록을 분석해 기사들에게 알려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차량운행기록기 설치는 정부가 지난해 말까지 시내버스와 전세버스에 설치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정작 필요한 시기에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현재 대구 시내버스가 사용하고 있는 차량운행기록기는 와이파이를 이용한 운행 기록 전송 방식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시내버스 기사가 운행을 마친 뒤 버스회사에 도착하면 차량운행기록기의 운행 기록이 고스란히 회사 내 분석 프로그램으로 옮겨가도록 돼 있다. 대구 시내버스 모든 차량에 차량운행기록기가 장착됐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정의관 대구시 대중교통과장은 "차량운행기록기 수요가 몰려 정부에서도 시내버스의 차량운행기록기 설치를 올해 6월까지 유예했다. 지금은 시험가동 기간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달 16일쯤 교통안전공단 등 유관기관이 시내버스 업체를 방문했고 납품업체에서 사용법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디지털 차량운행기록기란?=자동차의 속도, 브레이크 제동 횟수, 가속페달 사용, 위치 정보, 운전 시간 등 주요 주행 기록을 담는 장치. 과속, 급가감속과 같은 난폭 운전을 근본적으로 예방해 교통안전운행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정부가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했다. 운전자의 운행 특성을 기록하기 때문에 자동차용 블랙박스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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