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암 복잡한 변이도 12개 세포 대사과정 귀결 암 정복의 날 머
암 정복의 그날, 언제쯤 가능할까?
신체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세포는 원래 자체 조절 기능에 따라 분열'성장하고, 수명을 다하거나 손상되면 스스로 사멸해야 한다. 그래야, 신체 세포 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원인 때문에 자체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즉 유전자 변이가 발생하면 사멸해야 할 세포들이 비정상 세포로 바뀌어서 지나치게 증식하게 된다.
이처럼 세포가 걷잡을 수 없이 증식하면서 주위 조직 및 장기에 침입해 덩어리를 만들고 신체 장기와 기관을 파괴하거나 변형시키는 것을 암(cancer)이라고 한다.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 연구(암 유전체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버트 보겔스타인(Bert Vogelstein'64) 박사가 평생 연구를 총정리한 논문을 최근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경북대병원 면역학교실 김문규 교수는 "지금껏 이뤄진 암 유전체 연구를 총망라한 것이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암 정복이 이뤄질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매우 의미 있는 논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논문의 핵심 내용을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했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은 어떤 내용과 의미를 담고 있나?
보겔스타인 박사는 특히 대장암에 대한 오랜 연구를 통해 어떻게 정상 세포가 수십 년에 걸쳐 대장암으로 이행되는지에 대한 과정을 밝혀낸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이번 논문의 제목은 '암 유전체 풍경화'(Cancer Genome Landscapes)다.
사람의 전체 유전체를 '들판'에, 암 유발에 결정적인 작용을 하는 일부 유전자 변이를 '산'에, 그보다 숫자는 많지만, 변이 가능성이 다소 낮은 유전자를 '언덕'에 비유해서 이를 풍경화라고 일컬었다고 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암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를 모두 밝혀내는 것은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로 여겼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끝난 2000년대 중반에도 한 사람의 암 조직 내 유전자 변이를 모두 찾아내는데 1억원 이상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100분의 1 정도면 가능해졌다. 인류의 오랜 숙원인 암 정복의 가능성이 커졌다.
◆하나의 암 조직 내에는 얼마나 많은 유전자 변이가 존재할까?
암 조직 하나에는 평균 약 50개 정도의 유전자 변이가 존재한다고 알려졌다. 특히 폐암과 악성흑색종(피부암의 일종)에서는 200개 정도로 많은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다. 이는 흡연과 자외선이 특히 많은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약 10배 정도의 유전자 변이가 발생한다.
◆암 조직에서 발견되는 유전자 변이를 공식화할 수 있을까?
여러 사람의 암 조직에서 유전자 변이를 찾아보면, 너무나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기 때문에 도대체 어디가 문제인지 공통점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암세포에서 나타나는 99.9%의 유전자 변이는 우연히 발생한 것일 뿐 암세포의 발생이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암세포 발생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암 유발 유전자의 변이는 암 조직에 몇 개씩만 존재한다.
성인에게 발견되는 대부분 암은 정상세포가 양성 종양(비교적 성장 속도가 느리고 전이되지 않음)을 거쳐 20~30년이 흐르는 동안 악성 종양으로 바뀌면서 발생한다. 이 기간에 주요 암 유발 유전자 2~8곳에서 변이가 일어남으로써, 주변 세포에 비해 암세포가 훨씬 더 빨리 분열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게 한다.
◆사람에게 나타나는 암 유발 유전자는 모두 몇 개나 될까?
현재까지 사람에게 발생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암에 대한 분석 결과, 암 유발 유전자는 140여 개 정도가 밝혀지고 있다. 이들은 12개 정도의 세포 대사과정에 관여하는데, 특히 세포의 생존, 분화, 유전체 유지 보수 등의 3가지 핵심 과정을 맡고 있다. 이들이 유전자 변이를 거치며 변형된 단백질을 만들고, 결국 세포의 비정상적인 분열, 즉 암세포가 된다는 것이다.
암 조직에는 매우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나타난다. 하지만, 결국 이들 암 유발 유전자의 분류에 따라 몇 가지 종류의 대사과정에서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암 유전체 연구를 어떻게 약제개발에 이용할 수 있을까?
전통적인 항암치료는 암세포가 정상세포보다 세포 분열이 빠르다는 점에 착안해 빨리 분열하는 세포를 비특이적으로 죽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법은 위장관 세포나 혈구 세포와 같이 정상적으로 늘 분열해야 하는 세포들도 같이 죽이게 돼 소화기 장애, 감염, 탈모 등의 심한 부작용이 동반됐다.
이미 몇 가지 암에서는 유전자 변이를 알고 이에 맞는 치료제가 개발돼 이용되고 있다. 암세포의 핵심 대사과정에 작용하는 변이된 단백질을 밝혀내고, 이 단백질과 결합하는 최적화된 화합물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찾아낸 뒤 이를 이용하는 새로운 항암치료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암이 존재하고 유전자 변이도 매우 복잡하지만 결국 12개 정도의 세포 대사과정으로 귀결된다는 점에 착안한다면, 머지않아 각각의 암 변이에 맞는 치료제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새로운 항암치료제 개발이 유일한 희망인가?
결국, 암 유전체 연구를 통해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변형 단백질을 밝혀내고, 이를 통해 단백질의 작용을 조절하는 새로운 약제를 개발하는 것이 항암치료제 개발의 과정이자 목적이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약제에 의한 항암치료는 비용이 매우 비싸다. 미국의 경우, 이런 치료제로 환자의 생명을 1년 정도 연장하는데 2억~3억원의 치료비용이 든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이처럼 유전체 연구를 통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항암제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새로운 항암치료제를 언급할 때면, 대개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돼 현재의 치료법으로는 치료가 매우 힘든 진행된 암을 없앨 수 있는 치료법을 기대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발달한 현대의학으로도 이미 발병이 진행된 소아마비에 대한 치료는 100년 전보다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진행된 암을 완전히 낫게 하는 것은 아직도 매우 어렵다.
소아마비가 예방접종법의 개발로 발병률이 크게 낮아진 것처럼 암의 경우에도 변형된 암 유발 유전자를 이용한 새로운 진단법의 개발이나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에 노력한다면 10년 뒤엔 암 사망을 75%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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