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대구 중국음식점 사장 5명 동구 신서공원서 점심 대접

입력 2013-04-18 14:22:09

자장면 급식봉사 '사랑도 쫄깃'

공원 한쪽에 커다란 솥이 걸리고 요리사 복장을 한 사람들이 기계에서 면을 뽑아 뜨거운 물에 삶아 내느라 분주한 손길을 놀리고 있었다. 그 옆에는 어르신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자장면 배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달 10일 대구 동구 신서공원의 점심시간 풍경이다.

이곳에서 자장면 무료 급식이 처음 이루어진 때는 지난해 5월이다. 대구에서 중국음식점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자고 의기투합한 것이 계기가 됐다. 무료 급식을 위해 자금성, 사천성, 라이라이, 아지야짬뽕과 시지에 있는 삼국지반점 등 5명의 중국음식점 사장들이 뭉쳤다. 지난해 5월 2일 열린 첫 무료 급식에는 어르신 400여 명이 찾아 사랑의 자장면을 즐겼다.

해가 바뀌고 봄이 오자 작년 무료 급식을 찾았던 어르신들이 생각이 나 올해 다시 무료 급식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인근 동사무소의 협조를 얻어 식탁과 의자까지 빌렸다. 어르신들이 많이 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현수막도 내걸었다. 무료 급식 이틀째인 11일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어르신들의 행렬은 길게 이어졌다.

김우호(라이라이) 사장은 "우리도 좋은 일 한번 해보자라고 시작한 것이 무료급식이었습니다.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어서 부끄럽습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 요즘, 신서공원에는 봄이 왔다. 따뜻한 마음이 담긴 자장면 한 그릇에 어르신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글·사진 박태칠 시민기자 palgongsan72@hanmail.net

멘토·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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