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프로그램 급증…주민센터 공간부족
대구 동구 안심3'4동 주민센터는 최근 체력단련실 폐쇄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1999년부터 설치, 운영해온 체력단련실 이용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체력단련실이 폐쇄 기로에 선 더 큰 이유는 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서다. 60㎡ 남짓한 체력단련실에 있는 러닝머신 등 운동 기구를 없애면 각종 주민자치단체의 회의 장소로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최근 들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어학 학습실이나 작은 도서관 용도로 바꿀 수 있다는 것.
대구시내 동 주민센터 체력단련실이 사라지고 있다. 이용자 수는 제한적이지만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체력단련실 감소에는 2000년대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평생교육 열풍도 한몫했다. 어학, 문학 등 강좌가 늘어나면서 체력단련실을 강의실 용도로 바꾸자는 의견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다만,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체력단련실 숫자를 늘렸다.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곳이다.
◆사라지는 체력단련실=안전행정부가 2002년 내놓은 동 주민자치센터 주요시설에 따르면 대구시내 8개 구'군에서 체력단련실을 설치해 둔 곳은 모두 42곳. 하지만, 올해엔 39곳으로 소폭 줄었다.
체력단련실 감소는 특히 동구와 달서구에서 두드러졌다(표 참조). 두 곳 모두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된 곳으로 공동육아방, 작은 도서관, 어학실 등 자체 프로그램을 마련해 체력단련실을 밀어냈다.
두 기초자치단체는 체력단련실 퇴출이 예고된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체력단련실이 많았던 이유는 김대중 정부 당시 동사무소가 동 주민센터로 이름이 바뀌면서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한데서 시작됐다는 것. 당시 동사무소에 프로그램 설치를 담당했던 한 구청 관계자는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때는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에 급급했다. 뭔가를 그럴 듯하게 해야 하는데 공간도 적당히 차지하고 보기에도 좋은 체력단련실이 우선순위였다"고 털어놨다.
실제 2002년 당시 프로그램 상당수는 인터넷방, 체력단련실, 노래방 등으로 컴퓨터, 헬스기구, 탁구대, 노래방 기계 등 시설물이 없으면 운영되기 곤란한 것들이었다.
◆안전행정부 지침도 한몫=2009년 안전행정부가 주변 시설에 피해를 주지 않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라고 권고한 것도 체력단련실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에어로빅'헬스장 등 운동지도협회로부터 주민자치센터 인근 소상공인 업체들이 이용객 감소 등으로 생계에 영향을 받고 있으므로 영업권 보호를 위해 프로그램 중복 등이 없도록 더 많은 고려를 해달라는 건의가 있었다. 주민자치센터 본 취지인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력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 보냈다.
이 때문에 여전히 많은 주민자치센터에서 선호하는 프로그램인 요가, 에어로빅도 체력단련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대구 달서구청 평생교육과 관계자는 "요가, 에어로빅, 스포츠댄스의 경우 중장년층의 지지로 여전히 인기가 높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들도 장소만 대여해 개인영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어 프로그램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 인구 비율 높은 곳은 늘려=반면 서구와 남구는 체력단련실을 늘렸다. 주민들의 요구라는 게 이유다. 서구 평리2동의 경우 체력단련실 등록 회원만 200명으로 적정 수용 인원을 넘어서기까지 했다. 노인 인구 비율이 높다는 점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서구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12.7%, 남구가 15.5%로 대구시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인 11%를 넘어섰다. 대구 서구청 관계자는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은 주민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데 주민 다수가 체력단련실이나 노래교실을 원한다"며 "주택가 밀집지역이 많아 이렇다 할 체력단련실이 주변에 없는 점도 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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