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선 동네편의점도 못가요"
지체장애 1급 김재민(36'대구 중구 대봉동) 씨는 집에서 가까운 A은행이 아닌 도로 건너편에 있는 B은행을 이용한다. A은행에 설치된 장애인 경사로가 가파르고 입구가 좁아 김 씨 혼자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뒤에서 성인 남성이 밀어주지 않으면 휠체어나 스쿠터가 경사로를 올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장애인 차별은 여전하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와 대구경북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는 11일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5주년을 맞아 김 씨와 같은 '장애인 차별 사례' 79건을 모은 집단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에 제출하고 장애인 차별 해소를 촉구했다.
◆곳곳에 널린 장벽들=집단진정서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느끼는 장벽은 일상생활 곳곳에 있었다. 편의점과 식당, 커피숍, 은행 등 생활편의시설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발길을 돌리는 일은 일상 다반사였다. 영화관과 문화센터 진입로가 계단으로만 돼 있어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체장애 2급 이민호(31'대구 동구 지저동) 씨도 동네 편의점을 혼자서는 이용하지 못한다고 했다. 20㎝ 높이의 편의점 진입 턱이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 씨에게는 버겁기 때문이다. 이 씨는 "남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진입 턱에 불과하지만 장애인에게는 높은 벽처럼 느껴진다"며 "장애인을 위한 배려를 조금만 해줘도 장애인들이 일상생활 불편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뇌병변장애 1급 허모(47'대구 달서구 월성동) 씨는 최근, 지난해 친구와 함께 다녀왔던 중구 동성로의 한 패스트푸드점을 다시 찾았다가 낭패를 당했다. 허 씨는 "지난해까지 있었던 경사로가 사라져 직원에게 물어보니 중구청에서 불법 시설물이라며 철거했다고 말해 결국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고 했다.
◆장애인 차별 해소 대책 시급=중구청에 따르면 중구청은 올 2월 도로법에 따라 개인 사유지가 아닌 일반 도로에 허가를 받지 않고 경사로를 설치한 상점 59곳의 경사로를 철거했다.
대구여성장애인연대 김경심 사무처장은 "장애인 차별 시정을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는 관할 구청이 불법 설치물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장애인 편의 시설을 철거해 오히려 차별을 심화시키고 있다"면서 "대구시의회는 실질적 권한을 가진 장애인인권전문기관, 예산수립 등 핵심적인 내용은 쏙 빠진 '장애인인권증진조례'를 날치기로 통과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구시에서 장애인 차별 해소를 위한 ▷독립적인 장애인 인권기본계획 수립 ▷장애인 인권침해 전문대응기관 설치 ▷날치기 통과된 '장애인인권증진조례' 개정 ▷장차법 이행을 위한 특단의 조치와 예산을 마련할 것을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관계자는 "이날 받은 집단진정서에 담긴 진정 사례 79건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 뒤 해당 기관'상점에 시정 권고를 내릴 방침"이라고 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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