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백일장] 수필-인간답게 사는 법

입력 2013-04-11 14:04:19

여강(대구 수성구 황금1동)

아내가 50대 후반에 접어드니 집안 살림살이가 힘에 부치는가 보다. 얼마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오전에 도우미를 쓰고 있다. 출근을 하다가 본 적이 있는데, 40대 후반 정도 되는 후덕해 보이는 중년 아주머니다. 일을 마치고 차를 마시거나 혹은 일을 같이하는 도중에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이제는 거의 친구처럼 지내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가 웃기도 잘하고 마음씨는 좋으나 일하는 것이 좀 느리고 꼼꼼하지 못한 점이 있는 모양이다. 설거지를 하고 나면 그릇에 고춧가루가 남아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숟가락에 눌어붙은 밥풀 찌꺼기가 그대로 있기도 한다. 식사 시간에 내 숟가락이 깨끗하지 못하여 아내에게 불평을 하면, "아, 도우미 아줌마가 덜 씻은 모양이로군"하면서 다시 씻어 준다.

아줌마는 진공청소기 선을 둘둘 말아둬 잘 들어가지도 않게 하고 전자레인지도 고장 냈다. 나는 이참에 도우미 아주머니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아내는 약간 난처한 표정으로 "일은 좀 굼뜨게 하고 소소한 사고도 내지만 항상 밝은 표정으로 웃으면서 사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라고 한다. 그리고 남편이 막노동을 하는데 수입이 거의 없고 애들도 학교에 보내야 하는 등 어려운 형편인데, 따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렇게는 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얼마 전에 갑자기 도움을 받을 일이 발생하여 다른 젊은 사람이 왔었는데, 그렇게 빠르고 깔끔하게 일을 하더란다. 일이 끝난 후 차를 같이 마시자니까 시간이 없다며 그대로 총총히 사라지더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고 이 젊은 도우미의 표정이 우리 집에 도착해서 일을 마치고 갈 때까지 무표정하고 말 한마디 없고 기계처럼 일만 하더란다. 좋게 이야기해서 직업관이 투철해서 그렇다고 하겠지만 너무 인간미가 없어서 그런 사람은 싫다고 한다.

물질문명사회, 무한경쟁사회를 살아가자면 젊은 도우미처럼 해야 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으나, 과연 그럴까? 우리 중년 도우미 아주머니처럼 인간답게 살아갈 수는 없을까? 이 어려운 사회를 살아가는 나 자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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