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광양 매화축제(섬진강)

입력 2013-04-11 14:14:54

차량 정체에도 우리는 '씽씽', 눈꽃 뿌린 듯한 풍경

지난달 27일, 아침 일찍 동호회 회원들과 전남 광양으로 향했다. 매화축제를 보기 위해서다. 버스 안에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처럼 수다를 떨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순천시 황정면에 있는 작은 휴게소. 체조로 몸을 푼 다음 라이딩을 시작했다. 벚꽃은 아직 봉오리만 맺혀 있었고 달리는 시골 길은 푸근했다. 때마침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버스기사가 우리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어 줬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정겨운 풍경이었다. 한적한 시골길 옆으로는 매화꽃이 피어 있었다. 함초롬히 핀 매화꽃을 본 우리는 모두 탄성을 질렀다.

조금은 가파른 오르막과 시원한 내리막을 달리다보니 전남 구례군으로 가는 이정표가 보였다. 매화가 군락을 지어 피어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매화꽃의 향연에 나는 그저 '와~' 하고 탄성만 질러댔다. 섬진강 줄기 따라 피어 있는 꽃은 매화 외에도 개나리와 벚꽃도 있었다. 예쁜 꽃들은 페달을 밟는 우리에게 잠시 힘듦은 잊게 해줬다. 우리들의 더욱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그러자 자전거는 앞으로 쑥쑥 나아갔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다. 진도대교를 지나 화개장터에 도착했다. 평일인데도 매화축제를 보러온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도로에는 관광버스와 승용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점심으로 섬진강의 대표 음식인 재첩국과 재첩무침을 먹었다. 별미였다. 식사 후 말로만 듣던 화개장터에 들렀다. 시장에는 각종 봄나물을 비롯해 꽃나무와 맛있는 음식 등으로 가득했다. 정말 없는 것 빼놓고선 다 있는 장터였다. 나들이 철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했다. 다들 한보따리씩 장을 보고 있었다.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섬진강을 따라 광양에 있는 청매실농원으로 향했다. 내려갈수록 매화꽃의 향연을 대단했다. 하지만 차는 정체로 인해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자전거를 탄 우리는 앞으로 쭉쭉 나아갔다. 자동차 안의 사람들은 우리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페달을 밟는 것이 힘은 들지만 이런 경우에는 전혀 힘들지가 않다. 오히려 즐겁다.

섬진강 봄은 완연했다. 메마른 가지에서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도 예쁜 꽃으로. 봄은 참으로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면서 페달을 밟는다. 모든 살아있는 것에 새로운 기운을 주는 것이 봄이 아닌가 하면서….

드디어 청매실농원에 도착했다. 매화꽃을 보러 올라갔는데, 마침 하얀 눈꽃을 뿌려놓은 듯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우리의 발걸음은 저절로 멈췄다. 예쁘다 못해 황홀했다. 매화가 핀 능선들을 보니 힘들게 올라간 수고스러움이 그냥 봄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 결에 매화향기는 솔솔 실려 오고 가족들끼리, 연인들끼리 때론 혼자 걸어도 참 좋은 길인 것 같았다. 농원 위에서 바라본 섬진강도 아름다웠다. 강 건너 경남 하동 평사리 악양 벌판도 푸르름으로 변하고 있었다.

매화가 아무리 예쁜들 사람보다야 아름답겠는가. 하지만 매화농원에 핀 꽃은 예뻤다. 한참을 머물면서 꽃을 감상했다. 꽃향기도 듬뿍 맡았다. 자전거 여행이 이렇게 즐겁고 기쁘고, 행복할 줄이야.

그렇게 꽃 속에 묻혀 추억을 만들다보니 어느덧 광양에서의 라이딩도 저물어 가고 있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매화꽃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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