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EBS 일요 시네마 '언제나 둘이서' 7일 오후 2시 30분

입력 2013-04-06 08:00:00

'서로 한 마디도 없이 마주앉아 있는 두 사람은 대체 뭘까?' 정답은 결혼한 부부이다. 불 같은 사랑도 십 년 세월이 흐르고 나면 잦아들어 가물거리는 법이다. 그리고 뜨겁게 불타고 남은 자리에는 연애 초기의 열정과는 다른 형태의 감정이 들어선다. 영화 '언제나 둘이서'의 주인공 마크와 조안나도 마찬가지다. 둘은 딸을 하나 둔 결혼 12년차 부부다. 운명 같은 첫 만남 이후 열렬한 연애를 하고서 결혼했지만 두 사람은 이제 서로에 대한 애증으로 똘똘 뭉쳐 있다. 조안나는 일밖에 모르며 상사의 말이라면 절대 거절을 하지 못하는 남편이 불만스럽고, 반면에 마크는 시시콜콜 자신이 하는 일마다 트집을 잡는 조안나에게 짜증이 난다. 사랑보다 더 큰 현실 앞에서 서로에 대한 미움을 키우게 된다. 한때 이상적이고 야심 차며 자상한 애인이었던 남편 마크는 일에만 매진하는 가장이 되었고, 마크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결혼을 결심한 조안나 역시 사랑만으로 괴로운 결혼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외도를 택한다. 그러나 이혼까지 언급하며 격렬하게 싸우면서도, 둘은 서로에게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생활을 지속해야 할 이유를 얻게 된다. 영화는 결혼한 부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갈등과 고민, 그리고 모든 것을 극복하게 하는 세월의 무게를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스토리 구성이 무척 재미있는 작품이다. 이미 서로에게 진절머리가 난 마크와 조안나의 다툼으로 시작되지만, 여러 시기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시기, 딸 캐롤라인을 낳은 후 부부 갈등이 고조되던 시점, 이후 조안나가 데이비드와 외도를 했던 시기까지. 서로 비슷한 상황에서 시기별로 두 사람의 태도가 얼마나 다른지를 대조해 보임으로써 관계 변화를 극적으로 연출했다. 예고 없이 불쑥불쑥 시점이 바뀌면서 연출되는 이야기임에도 매끄러운 흐름이 돋보이며,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잘 보여주는 자잘한 장면이 탁월하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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