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문고 '동토디' 회원 매주 달성정신재활센터 방문

입력 2013-04-02 14:52:36

초교생들에게 토론수업 지도

대구 동문고의 토론 동아리
대구 동문고의 토론 동아리 '동토디'(동문토요디베이트반) 학생들이 달성정신재활센터 해피하우스를 찾아 이곳에서 '자기 주장 역량 강화 교육'을 받고 있는 초교생들을 상대로 발표 수업을 하고 있다. 동문고 제공

대구 동문고(교장 이유환) 학생 16명은 지난달 16일부터 토요일마다 달성정신재활센터 해피하우스에 들른다. 이들은 '동토디'(동문토요디베이트반의 줄임말) 회원들. 황금 같은 토요일 시간을 빼앗기는 데다 1시간 이상 지하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고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한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며 그들을 기다리는 초교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동문고 동토디 학생들의 봉사활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동토디 학생들은 매주 토요일 달성정신재활센터 해피하우스의 드림스타트 사업 중 '자기 주장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초교생 15명에게 그동안 토론 활동을 하며 배우고 익힌 내용들을 전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 이른바 '재능 기부'인 셈이다. 이들은 12월 말까지 이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봉사활동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동토디를 지도하는 정진경 교사다. "지난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언젠가 배운 것들을 다른 아이들에게 전하는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죠. 그러다 달성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지인으로부터 프로그램 이야길 듣게 됐습니다. '우리가 함께 해보자'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의사를 물었더니 다들 적극적으로 동의하더군요."

동토디 학생들은 사전에 모여 수업했던 내용을 평가하고 새로운 수업 계획을 짠 뒤 미리 진행해보는 과정까지 거친다. 수업 당일에는 1대1로 멘토링 결연을 한 초교생들을 하나하나 챙기는 걸 잊지 않는다. 지난달 23일에는 한 주 동안 가장 행복했던 일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동토디 학생들의 발표를 본 뒤 초교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공책에 적어보고 발표했다. 동토디 학생들은 초교생들에게 칭찬과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초교생 대부분은 가정 형편이 어렵고 주변에서 적극적인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탓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소극적인 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동토디 학생들 덕분에 조금씩 변하고 있다. "멘토 형이랑 수업하는 날 말고도 더 연락하고 싶어졌다" "아직 부끄럽긴 하지만 언니가 발표하는 걸 보니 나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노력해야겠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동토디를 이끌고 있는 이규민(3학년) 군도 이 같은 변화가 반갑다. "아이들에게 발표를 시키고 조금씩 말솜씨가 느는 걸 보니 정말 보기 좋아요. 아이들과 좀 더 친근해지면 더욱 잘할 거라고 기대합니다. 아이들을 챙기며 우리도 많이 배워요. 아직 부족한 게 많으니 더 노력해야 한다는 걸 느낍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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