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EBS 세계의 명화 '순수의 시대' 30일 오후 11시

입력 2013-03-30 07:20:20

유럽에서 백작과 결혼했다가 파경을 맞고 뉴욕으로 돌아온 엘렌(미셀 파이퍼 분). 이혼이 금기시되던 1870년대 뉴욕 상류층의 분위기는 그녀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엘렌의 소꿉친구였던 아처가 출신의 변호사 뉴랜드(다니엘 데이 루이스 분)만은 그녀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다. 뉴랜드의 약혼녀인 밍코트가의 메이(위노나 라이더 분)는 엘렌의 사촌이기도 했는데, 뉴랜드는 감정에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엘렌을 만나 그녀에게 빠져들면서 메이의 순수함은 아둔함으로, 예의범절은 가식으로 느껴지게 된다.

당시 뉴욕 사교계의 양대 산맥인 아처가와 밍코트가는 뉴랜드와 메이의 결혼을 놓고 격식에 얽매인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엘렌의 등장으로 뉴랜드와 메이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에 생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뉴랜드의 소극적인 성품과 메이의 조용하지만 용의주도한 대응으로 결국 뉴랜드와 메이는 결혼을 하고 엘렌은 다시 유럽으로 떠난다.

이 영화는 남북전쟁 직후인 1870년대 뉴욕. 위선과 허위로 가득 찬 당시 뉴욕 사회의 시대적 분위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법률을 공부해 매우 합리적인 인물이지만 관습에 정면으로 도전할 용기가 없는 우유부단한 아처. 감성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사랑을 깨끗이 포기하고 물러설 줄 아는 엘렌. 그리고 여리고 순종적이지만 자신의 욕구와 귀족으로서의 품위를 모두 지켜낼 줄 아는 영악한 메이의 삼각관계를 통해 진정한 행복에 대한 모험과 인간의 성숙을 추구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이디스 워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연기파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지성미와 미셸 파이퍼의 매력, 위노나 라이더의 순수함은 영화 속 캐릭터와 하나가 되어 스크린에서 빛을 발한다. 당시 귀족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의상과 음식, 장신구를 비롯한 귀족들의 허례허식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오페라 신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정교하다. 러닝타임 136분.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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